한국IDG가 오는 12월 4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IT Leader’s Summit - The Year Ahead 20
CIO KR : PI BP 혁신 체계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현신균 전무(이하 현 전무) : 기업 IT 조직은 대개 현업의 요청 또는 자체 IT 로드맵을 기반으로 업무를 추진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업무 체계는 현업 전체 업무를 조망하기 어려우며 우선 순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또 그때그때의 비즈니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들이 등록되고 수행되는 경향성이 나타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현업의 니즈에 적시 대응하지 못하며. 현업 임원의 관심에서 멀어져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낳지 못한다. 또 프로젝트 완료 이후 상위 임원이 뒤늦게 확인함에 따라 수정과 변경을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PI BP 혁신 체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PI BP 인력이 각 현업 조직의 최고 임원과 함께 해당 조직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기대효과를 원하는지를 확인해 합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분 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 관점의 과제가 등록될 수 있고 임원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요구사항이 정교해진다. 또 단순 시스템 개발이 아닌 프로세스부터 재점검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CIO KR : 2010년 LG디스플레이에 합류하기 전 여러 컨설팅 기업과 벤더를 거쳤다. 이 때의 경험과 관계가 있는가?
현 전무 : 많은 경우 IT 조직은 현업과 괴리가 있다. 이 간극을 메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CIO의 역할은 IT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정보기술을 어떻게 이용해 현업에서 원하는 것을 구현할지를 고민하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PI BP는 현업 부문을 성실히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제안까지 하고자 하는 것이다. 능동과 수동이 같이 존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있다. 오너십은 반드시 현업이 가져가야 한다. 현업의 오너십 하에서 잘 진행되도록 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CIO KR : 업무혁신팀이면 좀더 주도적인 의미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고생하는 IT 부문인데 생색도 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현 전무 : 그게 업무 혁신의 바른 길이다. ‘앞장설 테니 따라오세요’가 아니다. 곳곳에 있는 업무와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혁신의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한다. 주인은 혁신을 할 대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수록 더 알아준다. 이는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정보기술을 지속적으로 기업의 무기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CIO KR : 운영에 있어 그와 같은 노하우들이 더 있을 것 같다.
현 전무 : PI BP들은 업무혁신 그룹에 속한 사람이지만 현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회의를 함께 한다. 워크샵도 같이 갈 정도다.
최고 임원 간 정기 협의체도 중요하다. 진척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PI BP의 모든 활동에 대해 현업 임원과 목표를 합의하고 결과를 평가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요소는 교육이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전문가의 정의를 ‘T’자형 인간이라 간주하고 있다. 자기의 전문 분야를 보유한 동시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업무혁신 그룹에도 IT 백그라운드를 가지지 않은 이들이 들어온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IT를 가지고 업무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또 외주 업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8주 과정의 고난도 IT 개발 교육을 수료시킨다. 반드시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IT 전문지식만 있는 사람은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현업 부문에 보내기도 한다.
기존 인력의 역량 강화는 3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특정 시점에 다중 역할을 부여하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주 유능한 사람이라면 다중 역할을 잘 분리해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프로세스 그룹, 인프라 그룹, 분석 옵티마이제이션 그룹으로 나눠 전문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했다. 단 먼저 이 3그룹을 모두 관통하는 총 19개의 과목을 선정해 모두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그 이후 비즈니스 프로세스 역량을 강화하는 그룹과 IT 인프라 역량을 계발하는 그룹, 데이터 분석과 최적화에 특화된 그룹으로 분화시켜 역량을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CIO KR : PI BP 체계를 통해 거든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
현 전무 : PI BP 활동에 합의된 수행과제 관제 만족도가 94.37점을 기록했다.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다. 또 PI BP 활동의 효과와 진행 방법을 기반으로 현업 조직의 차년도 사업계획 및 중장기 목표 수립 시 CIO 조직과 협의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결과적으로 현업과 CIO 조직이 공동의 목표를 수립해 운영하는 프로세스가 정착됐다.
CIO KR : 실무진을 장기간 외부에 보내거나 현업에 보내기란 쉽지 않은 과정이다. 2010년 취임 이래 뭔가를 보여줘야 할 CIO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을 것 같다. 어떻게 가능했나?
현 전무 : 교육이나 육성은 예산을 줄일 대상이 아니다. 줄여봤자 티도 나지 않을 뿐더러 사기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줄이려면 큰 비용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유닉스를 x86 시스템으로 교체하면 소프트웨어 비용과 하드웨어 비용이 1/5 넘게 내려간다. 소프트웨어 비용도 리눅스 기반 등으로 변경하면 가격과 유지 비용 모두가 내려간다. 우리 또한 비용을 20% 가까이 줄였다. 비용절감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화두일 것이다. 지속적으로 해야 할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IT 인력의 역량 강화는 CIO가 반드시 챙겨야 할 아젠다다.
또 IT가 할 수 있는 것은 비용절감 만이 아니다. 특히 제조기업에서는 품질과 관련해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품질을 유지하고, 품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인지하고, 인지 이후에 빨리 문제 해결해야 하는데, IT는 이 3가지 측면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때 빅 데이터 기술이 요긴하다. 다시 말하지만 IT 조직과 CIO의 핵심 과제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현신균 LG디스플레이 업무혁신그룹장/전무는 1990년 액센츄어(구 앤더슨 컨설팅)을 시작으로 US West, UN, E2Open Korea, IBM BCS(PwC컨설팅), KB국민은행, A.T. Kearney를 거쳤다. 특히 IT 프로세스 혁신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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