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결국 서비스형 인프라(IaaS)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발표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IT 분야의 다른 강자가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발표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대하게 개최된 올해 오라클(Oracle)의 오픈월드(OpenWorld) 컨퍼런스는, 이 기업의 클라우드 시장에 관한 비전과 계획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래리 앨리슨을 비롯한 오라클 임원진은 프라이빗 구축형 IaaS 시스템에서 탄력 확장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PaaS 컴포넌트 스위트까지 온통 클라우드 옵션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행사의 참가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바로 아마존 웹 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와 같은 경쟁 업체들의 IaaS 솔루션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오라클의 진출은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닌지에 관한 의문이었다.
IaaS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오픈월드 컨퍼런스의 최대 뉴스는 단연 오라클 엘라스틱 컴퓨트 클라우드(Oracle Elastic Compute Cloud)라 명명된, 이 기업의 새로운 퍼블릭 클라우드였다. 수 년 간의 노력과 투자가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한때 ‘클라우드’라는 이름을 비웃던 오라클이지만, 이제 그들의 모든 초점은 클라우드에 맞춰져 있다. 오라클 클라우드의 역사는 온-디맨드(on-demand) 엑사로직 데이터베이스(Exalogic Database)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후 2012년 인력 관리 SaaS 탈레오(Taleo)를 19억 달러에 인수하고 그보다 한 해 앞서서는 CRM 솔루션 벤더 라잇나우 테크놀로지(RightNow Technologies)를 15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수 년에 걸친 SaaS 관련 투자 행보를 본격화했다.
인재들 역시 쓸어 담고 있다. 지난해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구글의 클라우드 전략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피터 매그너슨을 영입해 퍼블릭 클라우드 활동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라클이 궁극적으로 구상하는 서비스 모델은 단일 인프라스트럭처 기반으로서 자신들의 모든 SaaS 상품들을 호스트하는 IaaS 오퍼링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이 IaaS를 고객들에게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이번 주 이러한 자신들의 구상을 시장에 공개하며 동시에 컴퓨트(전용 및 탄력 옵션), 스토리지 서비스(아카이브형 및 파일), 신형 콘테이너 클라우드(Container Cloud), 그리고 VPN 및 클라우드 커넥트(Cloud Connect) 네트워킹 옵션들까지, 일군의 솔루션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한편 서비스형 데이터베이스(DBaaS)에서 SaaS, 그리고 IaaS까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환은 오라클에게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전개인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단 AWS의 위협이 가시적이다. AWS는 연 수익 규모 70억 달러 이상의 거대 벤더로 성장했으며 그 초점은 대부분 IaaS에 집중되어 있다. 리:인벤트(re:Invent) 컨퍼런스에서 주관사 AWS의 앤디 제시 상무는 날선 어투로 오라클의 공격적인 세일즈 전략과 대체 비용의 문제로 전환에 애를 먹고 있는 그들의 라이선싱에 관해 언급했다. 발표에서는 오라클을 겨냥한 상품 역시 소개됐다. AWS가 새로이 공개한 데이터베이스 마이그레이션 툴은 오라클을 비롯한 데이터베이스들을 AWS 환경으로 이전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지원한다.
제시 상무의 설명에 따르면 AWS의 MySQL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오로라(Aurora)는 AWS가 그간 선보인 솔루션들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트너의 시드 내그 애널리스트는 “경쟁의 측면에서 보자면, 오라클은 고객들이 AWS나 애저 등 퍼블릭 클라우드 IaaS 공급자 환경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AWS(를 비롯한 기 진출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과 툴셋을 선보이고 성능을 개선하며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등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빼오고 있다. 이런 클라우드 공급자들의 공세로 인해 오라클은 24%의 막대한 수익 하락을 기록했다. 오라클이 해야 할 일은 이 흐름을 끊는 것이다”라고 분석한 바 있다.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오라클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선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451 리서치 그룹(451 Research Group)의 칼 브룩스는 “오라클은 AWS에 없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충분한 매력이다. 온-디맨드 퍼블릭 클라우드를 제공할 수 있다면, 오라클은 다시 한 번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물론 완성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오라클의 IaaS 오퍼링은 분명 AWS가 구축하고 있는 포트폴리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AWS로 넘어가지 않고 있는) 자신들의 기존 고객층을 적절히 새로운 환경으로 안내한다면, 오라클의 시장 진입은 꽤 준수하게 가능할 것이다”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어쩌면 IaaS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의 최대 경쟁사는 AWS가 아닐 수도 있다. IaaS에서 SaaS, PaaS로까지 이어지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자면,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와 닮은 구석이 더 많다고 그는 분석했다.
오픈월드 컨퍼런스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발표들 가운데는 IaaS 및 PaaS용 오라클 클라우드(Oracle Cloud) 어플라이언스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이는 통합형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번들로, 오라클은 이것이 자사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기초로 자리매김하게 할 구상이다.
엘리슨은 이것의 핵심으로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와 동일한 관리 소프트웨어를 구동함으로써 퍼블릭/사설 클라우드 간의 유사성을 보장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애저 스택(Azure Stack)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하게 제공하고 있는 부분이다. 애저 스택 역시 MS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동일한 애저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를 구동한다.
IDC의 애널리스트 래리 칼발로도 오라클에게 낙관적인 입장이다. 그는 “IaaS 시장에서 오라클은 분명 후발주자다. 개인적으론 PaaS 기능에 집중해 고객들이 자신들의 기존 오라클 워크로드와 어플리케이션을 SaaS 오퍼링으로 호스트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오라클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제한된 기능성만을 전달하고 루비 등 여타 개발 언어를 배척한 채 개발자들에게 자바만을 허용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라클의 모습이 우려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라클의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진출이 많은 의문과 담론을 형성하는 데에는 HP의 시장 탈퇴 결정 역시 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리서치(Technology Business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줄리안 프리먼은 “단순화하긴 어려운 문제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HP는 기본적으로 인프라스트럭처 벤더로, 그들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판매하며 자신들의 하드웨어 판매를 스스로 위협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오라클은 소프트웨어 벤더다. 진출이 늦긴 했지만, 그들에겐 노하우가 있고 경쟁에 뛰어들 충분한 근거도 있다. 충분히 좋은 품질과 적절한 가격에 확장성까지 높은 솔루션을 개발하기만 한다면, 오라클의 브랜드 네임과 유능한 세일즈, 마케팅 팀은 분명 그것을 시장에 멋지게 안착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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