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교육은 중요하다. 점진적인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기업이든, 디지털 변혁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관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교육을 진행하거나, 이론 위주의 교육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아예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의존하는 곳들도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비 전문가의 시선으로 기술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IT 부서에게는 쉽고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기술이라 해도 일반 직원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많은 기업에서 IT 교육 프로그램이 실패로 돌아가곤 하는 이유다. 급격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변화를 경험하는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했는지에 따라 전체 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라 질 수도 있다.
여기 직원 교육 시 IT 조직에서 범하기 쉬운 8가지 실수에 대해 소개한다. 특정 테크놀로지에 대한 교육일 수도, 전반적인 직업 교육일 수도 있다. ‘교습에 대한 교습’인 셈이다.
1. 학습 자료만 배포한 뒤 직원들 스스로 하도록 맡겨 둔다
IT 교육 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학습 재료는 바로 비디오 튜토리얼과 FAQ 문서 등이다. 직접 강좌를 듣게 하는 것과 달리,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 낮은 비용에 다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교육은 반드시 비용이 낮다고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설령 이러한 교육 자료를 배포해도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실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자발적 학습 프로그램 참여율은 아주 저조한 편이다. 온라인 교육만을 놓고 보면,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교육 과정을 완수하지 않고 중도 포기한다. 에드엑스(edX)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버드 및 MIT에서 제공하는 오픈 온라인 강좌에 등록한 사람들 중 끝까지 과정을 수료하는 인원은 6%에 그쳤다.
하지만 적절한 학습 환경과 동기만 부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참여율을 더 끌어 올릴 수도 있다. 세스 고딘(Seth Godin)의 알트MBA(altMBA)는 무려 90%가 넘는 수료율을 자랑한다. 알트MBA는 4주 과정으로 등록자 수가 제한되어 있어 일반적인 오픈 강좌들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기보다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하면 더욱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
2. 교육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직원들의 행동과 업무 루틴을 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 왜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허브스팟 아카데미(HubSpot Academy)의 성장 마케팅 매니저 에릭 피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만 집중한다. 하지만 애초에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가의 여부가 단순한 ‘설명서’와 ‘교육’의 차이를 결정 짓는 기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교육에 있어 ‘왜’를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피교유자에게 그 이유를 납득 시켜야만 특정 테크놀로지를 도입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브스팟 아카데미는 허브스팟의 세일즈 및 마케팅 소프트웨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이처럼 학습의 이유를 설명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허브스팟은 교육 프로그램을 3분할 구조로 구성했다. “허브스팟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모든 수업은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무엇을, 왜, 어떻게’가 그것이다”라고 피터스는 설명했다. 이렇게 교육 과정에 교육의 필요성을 포함시킴으로써 기술적 변화의 의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직원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3. 실용성이 떨어지는 이론적 내용만을 교습한다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해 볼 기회가 없다면 배움 자체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교육이 끝난 후에도 금새 배운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
“실제 프로젝트나 활동에 적용해 볼 기회도 없이 그냥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려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할 때도 이론 위주로만 한다면, 이를 실제 프로젝트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없다. 예컨대 엑셀을 다루다가 모르는 게 생겼을 때 이를 찾아본다고 해 보자. 이 경우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습 효율이 높다. 뿐만 아니라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해 업무를 처리하게 되므로 이후에도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피터스는 말했다.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실제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각 개인의 목표에 맞춘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다니엘 핑크의 저서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는가(Drive: The Surprising Truth of What Motivates Us)’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직원들의 커리어 목표에 맞춘 교육 커리큘럼이 높은 성공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강자 개개인의 학습 스타일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교육을 제공한다. 어떤 이들은 책을 읽고 생각하며 공부하는 스타일인 반면, 직접 뭔가를 해 보고 배운 것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며 익히는 사람도 있다. 또 1:1 교육 환경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IT 교육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의 조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글로벌 법률 행정 기업 GCG의 CIO 자넷 브라운은 말했다.
4. 교육을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특정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후 그 성과를 수확하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진행하지 않으면 그 기간이 아주 길어지거나,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CIO나 IT 리더들이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한 것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진행 시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이 소프트웨어의 주어진 기능을 십분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잘못 사용하는 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피터스는 설명했다.
새로운 전략이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려 한다면, 그와 관련된 교육 역시 미리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5. 충분한 커리어 개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혹 직원들을 열심히 교육시켜 훌륭한 인재로 만들어 놓았더니 더 나은 조건의 다른 직장을 찾아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사실 IT 교육을 진행하는 조직들이 많든 적든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IT 교육이나 커리어 개발 기회를 제공할수록 오히려 우수한 인재를 잡아둘 수 있는 확률이 올라 간다”고 사이브러리(Cybrary)의 COO 캐시 마일리는 말했다. 사이브러리는 IT 기술 및 자격증 관련 강좌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교육의 부재가 이직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PMP) 같은 자격증은 수료 후에도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만일 회사에서 이러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을 경우 해당 직원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IT 관련 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다른 기업들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브랜든 홀 그룹(Brandon Hall Group)의 2016년 ‘교육 벤치마킹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들은 시니어 레벨 이상의 리더 급 직원들을 위해 해마다 1,000 달러 이상을 교육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통계는 회사 내 직급을 막론하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잘 보여주고 있다.
6. 교육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근래 들어 코딩을 가르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코드아카데미(CodeAcademy)는 HTML, 파이썬, 자바스크립트, PHP, 그리고 SQL 등을 가르친다. 또한 현재 작성중인 코드를 보고 이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는 랩(lab)을 제공한다.
물론 실제 교실에서 강사에게 받는 피드백처럼 세심하지는 않을 지 몰라도, 랩 환경에서 작업한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 것은 학습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코드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그리고 이를 통해 실제적인 결과물을 창출해 낼 수 있게 됨으로써, 교육 과정에서 배운 추상적인 개념들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IT 교육 자료들이 지닌 맹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이론 위주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배운 것을 직접 시도, 실험해 볼 수 있는 장비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고 캐루셀 인더스트리스(Carousel Industries)의 기술 디렉터 제이미 보우먼은 설명했다.
7.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어느 날 갑자기 IT의 주요 인력들이 한꺼번에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 둔다면 어찌하겠는가? 그 동안 직원 교육을 소홀히 해 온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일 것이다. 갑자기 빈 공석을 채울 새 인재를 모집하는 것 이외에도, 이들의 기술력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제서야 부랴부랴 기존 인력을 교육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직원 교육에 접근해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 닥칠 업무를 사전에 계획하지 못하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거기에 ‘대처’ 하는 식으로 교육에 임하는 회사들이 있다. 기존 직원들이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향후 맡게 될 업무에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를 미리 예상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직원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포컬 포인트 데이터 리스크(Focal Point Data Risk)의 제품 관리 디렉터 필립 카시사는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는 전적으로 관리자 및 경영진의 몫이다. 직원들 각자의 기술적 역량(또는 기술 역량 갭)을 파악하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IT 리더들 역시 위에서 내려 오는 지시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기술 갭을 해결하고 업무를 처리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8. 책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
책은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데에는 대단히 훌륭한 수단이지만, 기술적 교육에 있어서는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다양한 분야에서 배경 지식이 없는 초보자를 위한 ‘for Dummies’ 시리즈는 초보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책일 수 있으나 이미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사람에게는 부족한 소스일 수 있다.
“책은 아주 수동적인 학습 자료이다.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익히기 위한’ 수단은 책 밖에서 구해야 한다. 따라서 관련 서적을 몇 권 사다가 나눠주고 그것으로 ‘교육’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카시사는 말했다.
물론 보다 일반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독서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피터 드러커의 The Effective Executive(한국어판 : 자기 경영 노트), 데이빗 앨런의 Getting Things Done(한국어판 :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과 같은 고전 자기 개발서를 능가할 만한 것이 없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개선하고 싶다면 Crucial Conversations(한국어판 : 결정적 대화의 순간) 같은 책도 있다.
팀의 기술적 역량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업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운영하고, 외부 플랫폼이나 온라인 강좌, 관련 도서 등 다양한 학습 교재 및 경로를 조합하여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받는 직원 개개인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