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프와 트위터가 곤경에 빠졌다. 컬럼니스트 롭 엔덜은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을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 출처 : Thinkstock
지난 수십 년 동안 IT분야에서 마케팅은 거의 잊혀져 왔다. 의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기술 분야에서 유일하게 마케팅에 신경을 쓴 애플의 성공 비결이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IT분야에서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더 중시했기 때문에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마케팅까지 대신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없는 CEO들도 회사의 중역을 맡으면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특히 이런 문제를 트위터와 옐프(Yel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비단 테크놀로지 업계뿐 아니라 포장 상품을 판매하는 업계 전반에서 이런 문제들이 보인다. 좋은 마케팅이란 어떤 것인지,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때인 것 같다.
좋은 마케팅이란?
마케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오해 중 하나가 ‘마케팅=광고’라고 생각해 버리고 단순히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 정도로 여긴다는 것이다. 광고는 ‘마케팅’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 마케팅에는 그 외에도 제품 선택 및 개발, 가격 결정, 배포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다. 광고는 마케팅의 한 분야인 프로모션 전략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비즈니스딕셔너리닷컴(BusinessDictionary.com)은 정의하고 있다. 마케팅이란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며 때문에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마케팅에 소질이 없다. 마케팅이 비과학적인 분야여서가 아니라 단지 열역학보다는 심리학과 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케팅은 제품 설계나 제작보다는 판매에 더 가깝다. 때문에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해당 제품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설득해 그 제품을 사도록, 그것도 되도록이면 많이 사도록 하는 것에 있다.
애플과 아이패드
애플을 예로 들어보자. 수 년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든 윈도우 태블릿을 팔아보기 위해 애썼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생각할 때는 만일 PC에서 종이와 펜을 재현해 낼 수만 있다면 기꺼이 종이와 펜 대신 태블릿을 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태블릿을 개발했지만, 이를 구매했던 많은 이들은 구매를 후회했다. 얘기만 들어보면 윈도우 태블릿은 기존 태블릿의 단점들을 보완한 훌륭한 제품이어야 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윈도우 태블릿은 무겁고, 배터리 수명도 짧았으며, 비싸고, 복잡하기까지 했다. 그런 제품을 기술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소비자 집단에 들이댔으니 먹힐 리가 없었다.
반대로 애플은 일반적인 시장을 공략해 제품을 만들었다. ‘종이와 펜을 대신할’ 제품을 개발하려 애쓰는 대신, 실질적으로 큰 아이팟과 다를 바 없는 제품을 전혀 새롭고, 신비로우며, 놀라운 무엇인가로 포장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공략한 아이디어를 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반면 스티브 잡스는 자기 자신이 직접 쓰고자 하는 제품을 개발했고 성공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모두 똑똑한 이들이었지만, 한 사람은 테크놀로지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테크놀로지를 좋아하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했고 다른 한 명은 큰 스크린의 엔터테인먼트 기기에 대한 실재하는 수요를 공략한 것이다.
애플은 엔드-투-엔드 마케팅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엔지니어링을 앞세웠고 그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다음은 옐프와 트위터의 사례다.
옐프의 인식 문제
옐프의 문제는 순전히 인식적인 것이다. 옐프 리뷰에 너무나 많은 악플, 악평이 달리면서 옐프 리뷰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이다. 옐프 측에서는 뒤늦게 리뷰의 정확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마케팅 하지도, 또 옐프 사용의 장점을 홍보하지도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구글에서는 구글 검색 결과에 옐프 리뷰를 거의 보여주지도 않아서 옐프는 거의 사망선고를 받기 직전이다.
때문에 옐프의 경우 브랜드 회복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만일 (필자가 말한 것처럼) 옐프가 부정적인 브랜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아예 브랜딩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브랜드를 살려보려고 아둥바둥 하기 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만일 사용자나 기업들이 더 이상 옐프를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 보지 않는다면 옐프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지도 모른다. 단지 아직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트위터의 문제는 마케팅만이 아니다
트위터의 문제는 사뭇 다르다. 마케팅은 트위터가 지닌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트위터의 포맷 특성상 광고가 어렵다. 이제는 광고를 기반으로 한 뉴스 기관들에서도 트위터를 레퍼런스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트위터에서는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주요 뉴스 에이전시와의 배타적 관계는 장기적으로 트위터의 수익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기존 사용자들의 활발한 활동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 현재 트위터는 많은 유명인사들이 트위터 계정을 떠나면서 기존 사용자들의 활동도 조금 뜸해진 상태다.
어디 그뿐인가? 트위터로 인해 인생을 망친 사람 또는 경력을 망친 사람의 사례는 사방에서 접할 수 있는데 트위터로 인해 유명해진 사람의 이야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 트위터가 사회적 위신과 유명세를 타기 위한 수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다면 트위터의 기업 이미지는 물론 가치도 많이 올라갈 것이다. 메이저 뉴스/엔터테인먼트 기업과는 더욱 금전적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한편으론 트위터의 기업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트위터의 새로운 CEO는 마케팅이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가 제대로 된 CMO를 임명할지는 의문이다.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제대로 임명하기란 거의 불가능 하니 말이다.) 이 경우 트위터와 ‘유명세’ 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테크놀로지 보다는 인간관계/뉴스에 더 적합한 기술력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트위터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므로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케팅의 중요성
거의 10년 주기로 마케팅을 소홀히 한 거대 기업들이 몰락하고, 마케팅을 제대로 한 신흥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 신기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시기가 온 것 같다. 큰 기업들을 운영하는 이들이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마케팅을 제대로 한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애플에서마저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애플 워치라는 이름이나 그 제품 자체는 마케팅보다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을 준다. 심지어 애플마저도 마케팅에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든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안타깝다.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