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가 1차 개발자에 전달되기 시작했다. 기업이 이 새로운 증강현실, 또는 혼합현실 기기를 이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잉은 1990년대부터 항공기 내부 배선 설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증강현실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초기에는 크기가 컸고, 값이 비쌌다. 또 구글 글래스 같이 휴대성이 개선된 증강현실 웨어러블 장치조차 아직 제대로 확산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 현실(Mixed reality) 장치인 홀로렌즈(HoloLens)가 판도를 바꾸려 도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주 홀로렌즈와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커머셜 스윗(MS HoloLens Commercial Suite)을 기업 시장에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개발자 에디션 하드웨어와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및 장치 관리 기능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비교했을 때, 홀로렌즈는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일단 독립형 장치이기 때문에 PC를 연결할 필요가 없다. 또 실제 세계에 덧칠된 3D 홀로그램을 통해 (함께 일하는 동료와 함께) 주변 세계를 볼 수 있는 장치다. 아울러 유니티(Unity) 등 친숙한 도구를 이용해 개발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오토데스크 퓨전(Autodesk Fusion) 360, 트림블(Trimble), 다쏘 시스템즈(Dassault Systèmes) 등 여러 디자인 도구가 홀로렌즈의 3D 디자인을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외의 하드웨어 공급사도 등장할 전망이다. 홀로렌즈 기반 기술을 일부 OEM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여러 벤더로부터 증강현실 장치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빨리 홀로렌즈 기기를 이용하고 있는 컨설팅 기업 스파크드(Sparked)의 로렌스 프리즈터스 CEO는 홀로렌즈 활용 계획을 수립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이 이 기술에 대한 탐구를 착수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신기술의 경우, 발빠르게 탐구한 소수가 성공을 일궈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혼합 현실을 이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방법을 조사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파트너를 대상으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몇몇 맞춤형 홀로렌즈 솔루션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PGA 투어는 골프 코스 디자인에, 일본항공은 이벤트 기획 및 코칭에 홀로렌즈를 이용하고 있다. 일본항공의 경우, 정비사들의 교육에도 홀로렌즈를 이용할 계획이다. 정비사들은 홀로렌즈로 가동 중인 제트엔진 내부를 보면서 교육을 받게 된다.
프리즈터스에 따르면, 홀로렌즈를 지금 당장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분야로는 디자인 협업, 가상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교육, 의사결정 지원 등이 손꼽힌다. 또 스카이프와 홀로렌즈를 이용, 원격으로 전문가를 연결시켜 고객을 지원하고, 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홀로렌즈 활용 사례
스파크드는 이미 건축 기업 볼커 인프라디자인(Volker InfraDesign)을 위한 홀로렌즈 시스템을 완성했다. 볼커 인프라디자인은 세계 각국에서 대형 인프라를 설계 및 개발하고 있다.
프리즈터스는 “증강현실로 토지 및 인프라 디자인, 설계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에 대해 함께 탐색했다. 그리고 경웨 따라 건축 설계자와 고객, 프로젝트 매니저가 증강현실을 이용, 대상을 3D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디자인 프로세스의 리드 타임을 단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기존 3D 모델과 달리, 홀로렌즈로 표현된 건물 디자인에서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또 혼합 현실은 자동차와 비행기 등 움직이는 물체, 움직이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다. 실제 건물이 건축될 장소에서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건축 장소에서 완성된 건물을 확인하면, 2D도면과 디자인을 이용할 때보다 더 쉽게 여러 옵션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완공 전에 디자인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완공 이후에 논의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즉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더 빨리 추진할 수 있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볼커 인프라디자인은 네덜란드 N18 고속도로 개선 프로젝트 중에서 조형물 설치 장소를 계획하는데 홀로렌즈를 이용했다. 이 회사는 덕분에 도로와 고가도로 위에서 조형물이 설치 됐을 때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해당 위치에 맞는 디자인인지, 기계적 디자인이 정확한지 확인했으며 건축을 시작하기 전에 변경할 부분을 파악했다.
리테일 분야에서도 이런 디자인 미리보기 가능성이 유용한 역할을 한다. 여러 레이아웃, 매장의 위치, 제품 진열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렌즈는 또 바라보는 물체에 대한 상세 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다. 프리즈터스는 “여러 데이터 소스의 데이터를 홀로렌즈와 통합, 더 빨리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다음 단계 목표”라고 말했다.
일례로 스파크드의 한 고객사는 여러 다양한 예술품을 취급하고 있다. 프리즈터스는 “각 예술품을 올바르게 취급하기 위해, 이들은 관련 정보를 즉시 확인하고 싶어한다. 소유주, 소유 이력, 운반이나 이동 절차, 손상된 적이 있는지 여부, 취급 방법과 보관 장소에 영향을 주는 복원 이력, 예술품이 위치할 장소 등에 대한 메타데이터가 필요하다. 통상 웹사이트나 파일 관리 시스템에서 찾아야 하는 정보들이다. 우리는 이런 정보들을 통합, 예술품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홀로렌즈로 의사결정을 앞당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홀로렌즈의 금지 영역
홀로렌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법, 사람과 관련된 문제로 ‘출입이 금지된 영역’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부 도시는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홀로렌즈를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얼굴과 물체를 동시에 인식하는 기능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버진 애틀란틱(Virgin Atlantic)은 구글 글래스와 스마트워치를 이용, 체크인 담당 직원들이 컴퓨터 없이 승객 정보를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는 인기가 없었다. 크레이그 크리거 CEO는 이와 관련, “손목을 들여다보는 행동이 손님들에게 좋지 않은 이상을 줬다. 직원들이 자신을 귀찮아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글래스는 스마트워치 같은 문제는 없었지만, 대신 눈에 더 거슬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홀로렌즈 같이 큰 장치를 착용하는 것이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
스파크드 고객 중에는 파일럿 교육에 홀로렌즈를 활용하고 싶어한 기업도 있었다. 그러나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프리즈터스는 ‘조종석에서 머리에 착용할 수 있는 장치와 관련된 규정이 아주 엄격하다”라고 설명했다.
홀로렌즈 준비하기
홀로렌즈(기타 혼합 현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프리즈터스는 “일단 사용자의 업무 방식, 업무 성과 개선 방법에 대한 ‘주제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 홀로렌즈 활용 방법,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능에 정통한 전문가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전문 디자이너, 3D 모델 및 콘텐츠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실제감을 높이기 위해 공간 오디오를 이용하고 있다면, 오디오 디자이너와 사운드 엔지니어도 필요하며, UWP(Universal Windows Platform) 앱에 통합시킬 유니버셜 앱 개발자도 요구될 수도 있다.
이런 전문적인 역량을 내부에 모두 보유하고 있기란 사실상 어렵다. 서둘러 테스트를 시작하고, 관련 에이전시(특약점)와 협력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에이전시 레디니스 프로그래(HoloLens Agency Readiness Program)에 소속된 미국과 캐나다의 에이전시는 8곳이다. 이들은 스칸스카(Skanska),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 PGA 투어 같은 고객을 지원했다.
8개 에이전시 중 하나인 오브젝트 씨어리(Object Theory)는 홀로렌즈와 윈도우 홀로그래픽 플랫폼용 혼합 현실 애플리케이션을 전문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실물 크기의 3D 아바타와 3D 모델로 멀티 유저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믹스드 리얼리티 콜래보레이션(Mixed Reality Collaboration) 서비스를 개발했다. 여러 장소에 위치한 팀들이 쉽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표에서였다.
이를 이용하면 바로 옆에 앉은 사람, 다른 국가에서 일하는 사람 등 모든 사람과 물체가 실제 하는 것 같이 위치한 가상 회의실을 구현할 수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및 홀로렌즈 경험 생산 & 전략(Windows and HoloLens Experience Production & Strategy) 부문 로레인 바딘 제너럴 매니저는 윈도우 10 홀로그래픽 컴퓨터를 기업에 도입함에 있어 감안해야 할 팁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이용 공간과 관련된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는 “공간은 활용 사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교육이 목적이라면 의자 몇 개, 테이블 1개, 홀로그램을 고정시킬 수 있는 가구 등이 있는 빈 방이 필요하다. 상업 공간 디자인의 경우 최적의 연결성이 제공되도록 와이파이 베스트 프랙티스를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요한 장치 수를 고려해야 하며, 또 홀로렌즈를 공동 사용하는 경우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청결하게 유지하고, 충전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 활용 준비 완료
인프라와 교통(운송) 관련 회사들이 혼합현실의 얼리 어댑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프리즈터스는 홀로렌즈가 의외로 빨리 보급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모델을 다루는 중요 도구로 홀로렌즈 같은 장치가 대세화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5년 이내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기업의 프로젝트 디자인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향후 고객들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원할 것이다. 자신들이 이용할 디자인 방법을 경험하고, 미래에 완성될 건물을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각 사용자는 홀로렌즈 시스템 이용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마우스 클릭에 해당하는 ‘에어 탭’과 음성 명령 등). 그러나 스파크드에 따르면, 고객들은 아주 빨리 사용법을 습득하곤 했다. 프리즈터스는 “사람들은 3D 객체를 다루는데 익숙하다. 아주 자연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다양한 장점이 있다. 디자인에 대한 복잡한 논의가 단축된다. 고객은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TTM(시장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위험도 감소한다. 테스트한 많은 고객들은 혼합 현실이 미래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새 프로젝트를 디자인할 때 홀로렌즈를 이용하고 싶어했다. 이 장치는 ‘게임 체인저’ 요소를 갖고 있다. 단 기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 놓을 도구일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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