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월마트, 버라이즌 등을 고객으로 둔 글로벌 IT 아웃소싱 기업 인포시스(Infosys)가 3,200억 루피(약 5조원) 규모의 세금 추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세금 추징이 확정될 경우, 인도 기반 IT 아웃소싱 및 컨설팅 기업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 세계 IT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 정부가 IT 아웃소싱 업체 인포시스에 3,200억 루피(약 5조 원) 규모의 세금 납부를 요구했다. 인포시스가 인도 내 프로젝트에 해외 지사 직원을 활용했는데, 이를 추가 세금 징수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해당 세금이 실제로 추징될 경우, 인포시스와 유사한 기업은 비용 증가로 수익성과 재무 계획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규정 준수 비용 상승과 세금 전략 변경으로 인한 고객 서비스 수수료가 인상되고, IT 아웃소싱 업계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인도 IT 단체인 전국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 협회 나스콤(Nasscom)은 “인도의 IT 서비스 수출 확대는 인도 정부의 글로벌 기술 투자 유치 정책의 핵심”이라며 “인도 IT 기업이 사업 하기 좋은 정책과 환경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조치를 사실상 비난했다.
인포시스에 세금을 부과한 주체는 인도 카르나타카주(州)다. 카르나타카주는 인포시스 해외 지사 비용에 상품서비스세(Goods and Services Tax, GST)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3,200억 루피에 달하는 세금을 인포시스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 정보는 31일 인포시스가 봄베이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인도 당국이 요청한 세금은 인포시스의 1분기 매출인 47억 달러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인포시스는 “당국이 지적한 비용은 GST 영역과 관련 없는 부분”라고 정부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수입 서비스의 가치 평가에 대해 소개한 인도 정부 공문을 인용하며 “우리는 중앙 및 주정부의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인포시스가 언급한 공문은 2017년에 시행된 인도의 GST와 관련된 수입 서비스의 처리 방식을 담고 있다.
나스콤은 당국이 GST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놓은만큼 실제 집행에서는 이를 일관되게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나아가 인도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스콤은 “규정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면 안된다”라고 언급했다.
인도 언론사 머니컨트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분쟁은 글로벌 고객과 연관돼 있다. 인포시스는 한 글로벌 고객에게 인도 내부 및 해외 근로자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해외 법인의 비용은 인도에서 보낸 송장에 명시됐다. 카르나타카 주 당국은 이 송장에 명시된 비용에 인도 판매세가 부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스콤은 “3200억 루피에 달하는 GST를 부과한 것 자체가 IT 업계의 운영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라며 “인포시스와 비슷하게 세금 문제가 업계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여러 회사가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이런 소송은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을 주는 요소이다”라고 말했다. 인포시스는 현재 56개국 274개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세금 징수가 실제로 진행된다면 중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앞으로 해외 지사에서 발생한 비용이 인도 세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은 인도의 복잡한 세금 규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더 높은 규정 준수 비용에 직면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송장 발행 관행을 다시 검토하고, 해외에서 발생한 비용을 인도 세금 요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해야할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쟁 IT 아웃소싱 회사의 대변인은 “실제로 세금 징수가 진행되면, 글로벌 기업은 세금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세금 부채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사업 규모가 큰 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스콤에 따르면 이 문제는 매입자 납부제도(Reverse Charge Mechanism, RCM)과 관련이 있다. 나스콤은 “인도 본사와 해외 지점 간에 실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GST 집행 당국은 인도 본사가 외국 지사로 송금했다는 이유로 세금 납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송금은 ‘서비스 수입’ 때문에 발생된 것이 아니기에 GST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설명했다.
세금 부담 증가는 사업장 위치, 해외 프로젝트 구조화 등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인도 기업들은 앞으로 막대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거래에 더욱 신중해질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인도 세무 행정에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간소화된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장기간의 법적 공방과 행정적 장애물은 인도 IT 서비스 기업뿐만 아니라 인도에 작은 팀 단위로 인력을 두고 있는 액센추어, 코그니전트, 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나스콤은 “과거에도 IT 회사가 카르나타카 당국의 세금 부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카르나타카 법원이 세금 부과를 일단 중지시키고 문제를 검토한 적 있다”라며 “재무부에 업계가 이러한 소송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입장을 명확히 하는 정부 문서를 발행해달라고 요청한 적 있다”고 밝혔다.
나스콤은 “이미 정부와 GST 위원회는 이런 세금 문제 해결에 나섰으며 관련 공문도 발 빠르게 내놓았다”라며 “2024년 6월 26일자 회람 번호 210/4/2024에 따르면, 서비스 수입의 경우 전체 매입세 공제가 가능한 경우, 그 거래가 세법상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를 0으로 보아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라고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세금 부과 사건은 글로벌 기업의 인도 GST 규정 적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가 이 사건의 결과를 주시하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인도 정부에 더 명확하고 투명한 세금 지침 마련이 요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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