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기

rob_enderle
By rob_enderle

칼럼 | 스티브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남긴 것

뉴스
2014.02.115분

스티브 발머에 대해 이야기가 분분하지만, 분명 그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 스티브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맡았을 때와 비교해 보면, 사티아 나델라는 상황이 훨씬 낫다. 발머가 CEO자리에 있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점들을 상당부분 고쳐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발머의 재임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평가가 하향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야후 인수 실패의 탓이 컸고 또 애초에 발머가 CEO직을 맡았을 때 산재했던 문제를 처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CEO들이 사퇴할 때 보면 회사 상황이 예전보다 더 나빠져있는 경우가 잦다. 대개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고민하기보다는 눈 앞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만 치중해서 진짜 골칫거리들은 다음 CEO에게 넘기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브 발머는 달랐다.

어려운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을 맡은 스티브 발머
9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재정적으로는 탄탄했지만 기업 구조 및 경영 측면에서는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지난 10여년 간 데스크톱 PC의 최강자로서 오만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이에 반발한 인터넷 개발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천적 리눅스를 만들기도 했다. 대체 제품을 만들어 낼 정도로 어느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이 화를 내는 모습을 목격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시는 볼 일이 없었으면 하는 풍경이다.

그것도 모자라, 마이크로소프트는 다 죽어가는 넷스케이프(Netscape)의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했다. 정작 소득은 별로 없었던 반면 불법이라는 이유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수 년간 독점 반대 규제(antitrust actions)를 솜씨 좋게 피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갑자기 현지 기업들 및 연방 기업, 심지어 해외 기업들까지 이용해 독점에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웅 대접을 받던 빌 게이츠 역시 대중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독점 금지 청문회를 하면서 기력이 쇠약해진 빌 게이츠는 기업을 대표하는 리더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고 반대 심문에서 엉뚱한 대답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 의지를 잃었고 프로그래머들을 한 데 잡아 두려던 목표도 포기하게 되었다.

끝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강제배분평가제도(Forced rankings)를 도입했는데 이 제도로 인해 몇몇 고위급 인사들은 아주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이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 내부는 아주 정치적이 되었고 나중에는 기간에 맞춰 제품을 완성하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니까 스티브 발머는 여기저기 찢기고 너덜너덜해진 데다가 게이츠를 포함해 회사의 주요 자산들도 다 나가버린 상태에서 기업 경영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안팍으로 공격을 받았고, 심지어 회사의 고객들조차 이런 공격에 가담했다.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살아남아 다음 CEO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스티브 발머의 행동력과 집중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난 마이크로소프트와, 정부의 새로운 감시 대상이 된 구글
스티브 발머는 기업 구조를 개편하고 단순화시켰다. 또 최근에는 강제배분평가제도를 없애 사내 정치나 내분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약화시켰다. 덕분에 새로운 CEO 나델라는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툼에 휘둘리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발머는 리눅스와도 관계 개선에 성공했다. 이제 리눅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어 소비자 주도의 위협요소라기 보다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경쟁 제품에 가깝다. 물론 여전히 강력한 상대이긴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된 것이다.

발머는 또 마이크로소프트를 둘러싼 기업 독점 논란도 종식시켰다. 이제 정부의 ‘독점’ 관련 레이더는 전부 구글을 향해 있다. 어쩌면 구글의 오만함과 횡포는 마이크로소프트보다도 더 만연하고 심각한 정도다. 또한 발머는 분기별로 꾸준한 수익을 이루어 냈다. 덕분에 나델라는 한결 주머니가 든든해진 상태에서 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나델라, 방해될 만한 이들이 빠진 드림팀과 함께 시작
게다가 나델라는 스티브 발머의 공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이점들도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우선 발머에게 자산보다는 짐이라 할 수 있었던 빌 게이츠가 없다. 게이츠는 멘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항상 주변에서 맴돌다가 가끔씩 발머의 일을 그르치기도 했다. 아이패드의 경쟁 상대로 서피스(Surface)보다 훨씬 적절했을 쿠리어 타블렛(Courier Tablet)의 출시를 빌 게이츠가 무산시킨 것이 한 예다.

도움이라곤 전혀 주지 못했던 레이 오지(Ray Ozzie)도 없다. 곧 빌 게이츠가 복귀할 예정이긴 하지만 이번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자가 아니라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역할을 맡으므로 따지자면 나델라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나델라는 IBM에서 최고의 CEO 교육을 받은 존 톰슨(John Thompson)으로부터 멘토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델라는 도움되는 조언이라곤 하나도 얻지 못했던 발머와 달리 시작부터 상당한 이점을 지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델라 본인도 프로그래머인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대게 제품과 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운영할 때 더 잘 되는 법이다. 스티브 발머는 이런 면에선 좀 부족했다.

힘든 수술 견뎌낸 마이크로소프트, 이제 곧 회복하게 될 것
우리는 경기에서 꼴찌로 들어온 이를 보고 실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꼴찌로 들어온 그 사람이 총에 맞고, 차에 치이고, 심장마비를 겪은 후에 완주했다는 걸 알면 오히려 감탄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딱 그렇다.

지난 10여 년 간 마이크로소프트가 비틀거리며 걸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티브 발머는 회사를 고쳐 나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없거나 무효해 진 상황에서 이 기업을 살려냈다. 비록 이상적인 능력을 갖춘 CEO는 아니었으나, 발머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이를 조직적으로 고쳐 나갔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 탄 채 사방에서 공격해 오는 바다 괴물과 탈레반을 막으면서 수술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살았다는 것, 그리고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건 정말 기적이다. 이제 응급 수술이 끝났으니 전문가가 나서서 빠르게 회복을 도울 차례다. 나델라는 반드시 마이크로소프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공은 길을 잘 닦아 놓은 스티브 발머의 것이기도 할 것이다.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

rob_enderle

Rob Enderle is president and principal analyst of the Enderle Group, a forward looking emerging technology advisory firm. With more than 25 years’ experience in emerging technologies, he provides regional and global companies with guidance in how to better target customer needs with new and existing products; create new business opportunities; anticipate technology changes; select vendors and products; and identify best marketing strategies and tactics.

In addition to IDG, Rob currently writes for USA Herald, TechNewsWorld, IT Business Edge, TechSpective, TMCnet and TGdaily. Rob trained as a TV anchor and appears regularly on Compass Radio Networks, WOC, CNBC, NPR, and Fox Business.

Before founding the Enderle Group, Rob was the Senior Research Fellow for Forrester Research and the Giga Information Group. While there he worked for and with companies like Microsoft, HP, IBM, Dell, Toshiba, Gateway, Sony, USAA, Texas Instruments, AMD, Intel, Credit Suisse First Boston, GM, Ford, and Siemens.

Before Giga, Rob was with Dataquest covering client/server software, where he became one of the most widely publicized technology analysts in the world and was an anchor for CNET. Before Dataquest, Rob worked in IBM’s executive resource program, where he managed or reviewed projects and people in Finance, Internal Audit, Competitive Analysis, Marketing, Security, and Planning.

Rob holds an AA in Merchandising, a BS in Business, and an MBA, and he sits on the advisory councils for a variety of technology companies.

Rob’s hobbies include sporting clays, PC modding, science fiction, home automation, and computer gaming.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blog are those of Rob Enderle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IDG Communications, Inc., its parent, subsidiary or affiliated companies.

이 저자의 추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