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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_lake

블로그 | 나는 왜 구글 글래스를 반품하는가

뉴스
2014.05.266분

구글(Google) 귀하 우선, 지난 달 구글 글래스 익스플로러(Google Glass Explorer)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글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으로서, 저는 지난 해 글래스 익스플로러 체험단에 선정되지 못했던 이래로 이 기회를 학수고대해 왔습니다. 구글 플러스, 구글 플레이, 구글 맵스 계정과 헤드 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 HUD)를 통합하는 구글 글래스의 기능은 정말로 인상깊었기 때문에 글래스 상자를 받으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3주 간의 사용 후,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글래스 익스플로러 에디션 패키지를 동봉합니다. 환불 받고 싶습니다.

추가적인 피드백은 다음의 항목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트 레이크

1. 초점에 문제가 있다 

장점: 글래스는 사용자가 오른쪽에 있는 프리즘을 바라볼 때마다 스크린에 컴퓨터와 연결된 각종 서비스를 띄워 사용자의 눈 앞에 증강 현실을 구현한다.

단점: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동시에 다른 이들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시처럼 보인다.

사시처럼 눈이 몰리는 것을 ‘글래싱 아웃(glassing out)’이라 부른다. 화면을 보기 위해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나머지 시야가 초점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심리학에 정통한 이와 마주하고 있을 때는 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대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병리학적 분석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글래스를 끼고 눈을 끊임없이 오른쪽으로, 위로 굴리는 것을 보면서 상대는 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기억을 더듬고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이며, 혹은 최악의 경우 사회 부적응자로 여길지도 모른다. 어쨌든, 대화에 방해가 된다.

2. 잘 알아듣지 못한다

장점: 음성 인식 명령은 화면에 매뉴얼이 시각적으로 띄워져 익히기 매우 쉽다.

단점: 글래스의 음성인식 기능은 식곤증에 시달리는 6살짜리 아이와 같은 수준이다.

나는 “OK, 글래스”라는 말을 너무나 많이 반복했다. 나 자신이 초등학교 2학년 학급에게 “조용히 해”라고 말하는 안경 낀 교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주변에 소음이 있거나 감기에 걸려, 또는 여러 번 “OK, 글래스”라고 반복함에 따라, 목소리가 쉬게 되면 음성 인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손가락 끝이 지나치게 건조하면 터치 패드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게다가 답답한 마음에 컴퓨터 치듯 두드리려 하면 글래스가 다름아닌 코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글래스의 터치패드를 힘으로 누르면 얼굴이 괴로워진다.


3. 하루살이 배터리

장점: 와이파이, 블루투스가 지원되며 음성 및 비디오 기능도 있다.

단점: 기능을 사용하면 욕조 물 빠지듯 배터리가 소모된다.

훌륭한 기능을 잔뜩 갖춘 1,500달러짜리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면, 그만한 값어치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실컷 음악을 듣고, 비디오를 녹화하고, 사진을 찍어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관자놀이가 타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냉각 팬이 없는 컴퓨터를 머리에 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렇게 뜨거워진 글래스는 한 시간이 채 못 되어 배터리를 다시 충전해야 한다.

4. 너무 크다

장점: 안경의 한쪽 다리에 장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컴퓨터다.

단점: 여전히 크고 부담스럽다.
 

글래스는 접어서 주머니나 핸드백에 넣기에는 너무 크다. 얼굴이 큰 사람이 착용했을 때도 글래스는 여전히 도드라져 보인다. 잠자리 선글라스마냥 멋을 부릴 수는 있겠지만서도 때로는 이 큰 안경을 접어서 어딘가에 넣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구글 글래스의 거대한 곡선형 금속테는 결코 어딘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글래스의 거대한 전용 펠트 주머니는 어떤 자켓에도 들어갈 수 없으며 웬만한 손가방을 가득 채우는 사이즈다.

5. 눈에 잘 띤다

장점: 글래스는 다양한 프레임 디자인과 더불어 클립식 선글라스 프레임도 제공한다.

단점: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클립식 선글라스를 착용해도 글래스가 너무 뻔하게 티가 난다).

감시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누구도 눈 앞에서 녹음기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구글 글래스를 낀 이를 걸어 다니는 녹음기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빅 브라더’와 같은 독재자에 대한 공포 때문에 글래스 착용자는 조롱거리가 되거나 심한 경우 대낮의 도난 사고 같은 실제 범죄의 대상이 된다. 선글라스 등으로 아무리 번쩍거리는 프리즘을 가리려 해도 글래스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는 없다.

6. 비뚤어진 사진

장점: 구글 글래스는 1,920 x 1,080 화소의 깔끔한 사진과 영상을 지원하며 구글 플러스 클라우드에 이를 백업한다.

단점: 항상 비뚤어진 각도로 촬영된다.

눈에 보이는 물체의 균형과는 상관 없이 글래스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항상 기울어져 있었다. 검안사와 전문 사진가에서 물어본 결과, 양 쪽 귀가 ‘짝짝이’인 이상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필자의 한쪽 귀는 다른 쪽보다 더 높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귀 높이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안경은 착용자의 귀 높이에 맞춰 조정이 가능하지만 구글 글래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7. GPS 비용

장점: 구글 맵스를 이용해 자세한 길 안내가 가능하다.

단점: 휴대폰의 데이터 통신이나 모바일 핫스팟을 이용하지 않고는 GPS 사용이 불가능하다.

공공장소에서 상식적으로 유일하게 구글 글래스 사용이 허용되는 것이 바로 운전할 때다. 그러나 운전하면서 네비게이션 안내를 받기 위해서는 글래스가 데이터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한계를 초과하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실제로 사용하더라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았고 글래스의 거대한 오른쪽 다리가 오른쪽 시야를 완전히 가려 운전에 방해가 됐다.

8. 아, 이어폰

장점: 구글 플레이에서 모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단점: 이어폰을 끼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구글 글래스의 오디오 시스템은 꽤 괜찮은 수준이며 구글 플레이 계정에 있는 음악 라이브러리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글래스 전용 이어폰에는 옵션이 그다지 많지 않으며 더군다나 인간의 귀에 맞춰 디자인된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글래스 전용 이어폰은 배터리를 충전할 때와 동일한 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동시에 충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끝까지 듣기 위해서는 중간에 음악을 듣다 말고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또한, 구글 글래스 오른쪽 귀 뒤에 작은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베토벤의 소리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9. 비현실적인 익스플로러 이야기

장점: 홍보 영상에서 구글 글래스 익스플로러들은 암벽 등반을 하고, 산악 자전거를 몰고 다니며,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빅뱅 직후의 상황을 재현하는 강입자 충돌기의 가상 투어를 한다. 이 모든 것을 구글 글래스로 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즐길 수 있다.

단점: 실제로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람들이 기술을 삶에 적용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필자는 종종 나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하지만 글래스 익스플로러들의 아드레날린 넘치는 사례를 보면 필자의 삶이 지나치게 평범한 것은 아닌지, 다소 우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의 직업이 그리 지루한 편은 아니지만, 구글 글래스로 기록하기엔 ‘일상’이라는 소재가 역동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10. 너무 작고 너무 이르다

장점: 구글 글래스는 웨어러블 기기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단점: 미래는 현재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필자는 글래스의 얼리 어댑터로는 적합한 후보가 아니었다. 필자의 직업이 앱 개발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보다 여전히 컴퓨터를 선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니아들이 나열한 구글 글래스의 수많은 장점들이 필자에겐 좀 낯설게 느껴졌다. 전자학습 후원집단인 ‘인폼에드(InformED)’는 구글 글래스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 예로, 수업 도중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가는 학생이 보낸 SMS 메시지가 교사의 글래스에 나타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손을 들어 질문하는 방식이 낯선 이에게라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주요 구글 마니아뿐만 아니라 심지어 구글 스스로도 글래스 익스플로러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능이 개선되고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따라서는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다른 구글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매력을 구글 글래스는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editor@idg.co.kr


 

By matt_lake

Matt Lake has been enthusiastically using and writing about technology since "portable computing" meant a 35-pound Compaq 8088 luggable and the most popular search engine was gr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