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선박에서부터 은행 업무를 병행하는 미디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여기 고객 경험 및 콘텐츠 마케팅, 캠페인 분야에서 돋보이는 10가지
마케팅, 테크놀로지 분야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이들 산업의 혁신과 진보들을 엿보기란 늘 즐거운 일이다. 여기 시장의 주목할만한 트렌드와 부상하고 있는 전략들,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임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최근 어도비 디지털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공유된 다음 10개 기업의 사례는 우리에게 콘텐츠 마케팅과 고객 경험에 관한 많은 통찰을 전해주고 있다.
1. 카니발이 전달하는 궁극의 고객 경험
크루즈 선박은 고객들에게 궁극의 ‘몰입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어도비의 디지털 마케팅 사업부 총괄 매니저 브래드 렌셔는 카니발 코퍼레이션(Carnival Corp.)이 오션 메달리온(Ocean Medallion)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고객 경험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2017년 CES를 통해 발표된 메달리온은 크루즈 승객들에게 키리스(keyless) 승선 경험을 제공하는 소형 웨어러블 기기다. 메달리온은 객실 출입 및 모바일 결제, 그리고 선내 위치 확인이나 동승객 위치 추적 등 위치 기반 서비스에 활용된다. 오션 메달리온은 카니발이 승객들의 기호도에 대한 시각을 확보하는 데에도 이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선진적 고객 경험 구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전사적 협업’과 ‘공용 데이터 저장소 구축’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렌셔는 이야기했다. 메달리온의 처녀 항해는 11월 13일 리갈 프린세스(Regal Princess)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2. IoT를 넘어 IoP를 구축하고 있는 도미노
렌셔 매니저는 “패스트푸드 체인과 같은 리테일 사업자들에게 단순한 상품력이나 효율성에 의한 경쟁우위 확보는 불가능한 일이 됐다. 오늘날 B2C의 핵심은 경험에 있다. 배달 피자 체인 도미노(Domino’s)가 좋은 예다. 이들 업체는 기존의 피자 주문 시스템을 디지털 기기를 통한 경험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사물인터넷(IoT)에서 피자인터넷(IoP, Internet of Pizza)으로의 진화’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도미노의 전체 주문 가운데 아마존 에코, 구글 홈, 페이스북 메신저, 삼성 TV, 트윗, 문자 메시지, 스마트워치, 그리고 차량 음성 인식 등의 디지털 채널을 통한 주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넘어선 상황이며, 그 가운데 모바일 기기를 통한 주문의 비율은 2/3을 상회하고 있다.
3. 1905년 이래로 이어져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변혁
질 크레스 상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National Geographic Society)와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의 합작 벤처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파트너에서 CMO 직을 맡고 있다.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30년에 가까운 역사에 걸쳐 다방면으로 디지털 변혁에 발맞춰온 브랜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브랜드는 최초의 35mm 필름이 소개된 1905년부터 자사 매체에 사진 콘텐츠를 싣는 등 기술 변화를 적극 수용해왔다. 크레스는 “20세기 초반, 이사회의 일부 임원진은 사진이라는 매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도태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는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7,500만 명의 사용자가 우리를 팔로우하고 있고, 우리는 이들과 소통할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무료로 공개되며 다큐멘터리 구독자 수 신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4.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한 농기계 제조사
콘텐츠 마케팅 인스티튜트(Content Marketing Institute)의 설립자 조 퓰리치는 농업 장비 공급사 존 디어(John Deere)를 ‘최대의 미디어 기업’으로 정의했다. 이 기업의 농업 매거진 퍼로우(The Furrow)는 1895년 창간 이래 지속적으로 발행을 이어오며 현재는 14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거대 매체로 성장했다.
퍼로우의 성공 비결은 단순 판촉이 아닌, 존 디어의 고객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할만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었다. 퓰리치에 따르면 122년의 발행 기간 동안 퍼로우가 존 디어라는 기업명을 언급한 경우는 단 15-20회에 불과했다. 이러한 전략은 농부들이 퍼로우를 기꺼이 펼쳐 드는데 기여했고,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존 디어 장비 재구매를 촉진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퓰리치는 분석했다.
5. 앤 리어든이 발견한 ‘콘텐츠 차별화’ 지점
앤 리어든은 식품 과학자 겸 영양학자다. 리어든은 2009년부터 ‘하우 투 쿡 댓’(How To Cook That)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고 영상 콘텐츠 역시 비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에는 관련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인기를 끈 대표적인 레시피로는 레고 베트맨 케익 등이 있다.
현재 리어든의 유튜브 채널은 300만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온갖 요리 영상이 소개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리어든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열쇠로 퓰리치는 독자적인 ‘콘텐츠 차별화’를 지목했다. 대부분의 콘텐츠 마케터들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성을 활용하는데 반해, 리어든은 식품 과학자로서의 자신의 전문성을 콘텐츠에 녹여내며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것이 퓰리치의 설명이다.
6. 알고리즘을 활용해 패션계에 변혁을 가져온 스티치 픽스
포레스터 고객 인사이트 부문의 수석 애널리스트 제임스 맥코믹은 패션 분야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치 픽스(Stitch Fix)의 사례를 언급했다.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스티치 픽스는 고객들이 작성한 온라인 스타일 프로필(핏, 사이즈, 스타일 선호 등의 정보가 포함된다)을 기반으로 스타일리스트가 적합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물색, 발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상품 가격에 더해 스타일링 수수료를 추가 결제하게 되고, 배송 받은 아이템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자유로운 환불이 보장된다. 맥코믹은 “스티치 픽스는 데이터 인텔리전스를 자신들의 차별화 요소로 삼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를 활용해 어떤 상품 재고를 보유하고, 어떤 것을 처분할지를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스티치 픽스의 2015년 매출 규모는 2억 5,000만 달러 선이었으며, 16년에는 50% 수준의 성장이 전망됐다.
7. 이메일 마케팅의 유효성을 증명한 카피블로거
카피블로거(Copyblogger)는 2006년 블로그로 런칭한 콘텐츠 마케팅 SaaS다.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립자인 브라이언은 자신들의 첫 번째 목표는 블로그 청중을 확보하는데 있었고, 비즈니스 모델 구축은 이후의 목표로 설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카피블로거의 모기업인 레인메이커 디지털(Rainmaker Digital)은 2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지원하고 있으며, 연 매출 규모는 1,200만 달러를 상회한다. 퓰리치는 “카피블로거의 수익 가운데 90% 이상은 그들의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고객들로부터 창출된다”라고 설명하며 이메일이 여전히 매우 효율적인 마케팅 도구임을 강조했다.
8. 독창적 데이터 활용법을 제시한 어니스트의 학생 재융자 프로그램
어니스트(Earnest)는 2013년 설립한 학생 대출 재융자 스타트업이다. 맥코믹은 이 기업을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경쟁 우위로 활용하는 ‘인사이트-주도적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예로 이야기했다.
어니스트는 10만여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활용해 잠재 고객의 신용도를 보다 정확히 평가한다. 전통적 대출 기관들의 경우 여기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의 데이터만을 취급하곤 한다.
어니스트의 알고리즘은 잠재 고객의 온라인, 소셜 미디어 활동에 더불어 기존 채무불이행 사례 등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며, 이것의 취합 과정에 있어서는 보다 정형적인 금융 서비스 기관들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데이터 사일로를 배제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어니스트 측은 “우리는 저축 패턴, 투자 활동, 커리어 경로 등 다른 업체들이 취급하지 않는 데이터들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이자율을 제안한다”라고 설명한다. 이 업체는 개인 대출 역시 운영 중이다.
9. 위스케 은행은 또 하나의 미디어 기업이다
퓰리치는 위스케 은행(Jyske Bank)을 은행인 동시에 미디어 기업이라 정의한다. 덴마크 기반의 이들 은행은 유튜브가 대중화되던 2007년을 기점으로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활동의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위스케 은행은 자국 내 최첨단의 비디오 프로덕션 설비 중 하나를 설립하는데 수 천 달러를 투자해나갔다. 맨 처음 제작된 비디오는 직원 대상의 영상이었지만, 그로부터 1년 뒤에는 위스케 뱅크 TV라는 별도의 채널까지 구축하며 보다 넓은 청중 집단을 타깃으로 콘텐츠를 전달해왔다.
현재 덴마크의 주요 비즈니스 리더, 정치인들을 섭외한 인터뷰 등 이 기업이 생산한 콘텐츠는 덴마크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번역되어 글로벌 시장에 배포되고 있다. 위스케 뱅크 TV의 기자들은 자사 CEO에게까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명성을 쌓아왔고, 현재는 다수의 미디어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산업에 확고히 자리매김한 상태라고 퓰리치는 설명했다.
10. 큐리그가 구현한 IoT와 고객 경험의 조화
큐리그 그린 마운틴(Kurig Green Mountain)은 2,630만 가정과 150만의 상업, 의료 시설에 6,000만 대 이상의 커피머신을 판매해 온 기업이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큐리그만의 가격 절감 딜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고 큐리그의 디지털 및 혁신 사업부 라이언 스캇 부사장은 이야기했다.
이 기업은 음식이 맛과 커피의 맛을 비교하는 온라인 퀴즈를 배포하며 고객들이 새로운 원두를 보다 적극적으로 물색하도록 장려했고, 나아가 고객 프로필을 기반으로 그들에게 적합한 커피와 그렇지 않은 커피를 실제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블라인드 시음 키트’를 발송하는 활동도 전개했다. 모두 고객들의 소비 커피 범위를 넓히기 위한 시도였다.
더불어 큐리그는 사용자들에게 최적의 커피포트 사용 방식을 인지시켜주는 ‘스마트’ 커피메이커를 출시해 1만 5,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캇은 “우리 큐리그는 데이터와 머신 러닝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나은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