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신 아이패드 프로는 일부 매우 구체적인 방식에서 탁월하고 다른 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 장점과 단점 이외에, 태블릿을 전통적인 노트북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태블릿과 노트북은 제조사나 OS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각각의 고유한 형태에서 기인한 각자의 강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런 시장 구조 속에 지난달 애플이 새롭게 내놓은 거대한 스크린의 아이패드는 전통적인 태블릿과 노트북 사이의 어느 지점에 놓인듯한 기기다. 아이패드 프로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애플의 새로운 아이패드는 소비자들이 아닌 전문가들을 보다 겨냥하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가격은 799 달러부터)는 분명 많은 부분에서 노트북을 능가하는 기기지만, 동시에 어떤 부분들에서는 노트북에 비해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한 달 간 아이패드 프로를 체험하며 필자는 이 새로운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는 3가지 이유를 발견했다. 사실 애플 스스로도 노트북의 대체품으로써 아이패드 프로를 구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노트북 컴퓨터로, 노트북 컴퓨터의 경쟁자로 내놓은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이 리뷰를 아이패드 프로와 기존 노트북들 간의 우위를 논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자세라는 입장을 먼저 밝혀둔다.
iOS는 아이패드 프로의 잠재력을 제한하고 있다
2.25GHz 듀얼 코어 애플 A9X 칩에서 인치 당 264 픽셀 사양의 12.9 인치 터치스크린까지, 애플은 그 어느 기기보다 하드웨어 사양으로 아이패드 프로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기기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가 모바일 OS며, 따라서 하드웨어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 프로를 구동하는 iOS 9은 애플의 손바닥만한 보급형 아이폰에도 똑같이 적용된 소프트웨어다. 대형 스크린 기기들을 위해 애플은 iOS 9에 멀티테스킹 기능을 추가했지만, 이를 통해 구동할 수 있는 앱의 수는 2개가 한계며, 그마저도 여전히 많은 앱들에서 지원되지 않고 있다.
(일부 앱들에 한해) 두 앱을 3-1, 1-1 비율로 동시에 보여주는 스플릿 뷰(Split View) 모드에는 기능적인 아쉬움 역시 있었다. 스플릿 뷰 디스플레이 환경은 앱 간 동시 작업 과정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지만, 실제 스플릿 뷰 모드에서 앱들을 실행하다 보면 느린 실행과 반응 속도로 진정한 멀티태스킹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베타 버전을 이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플릿 뷰 호환 앱의 제한을 보완하고자 애플은 지원 가능 앱을 별도의 목록으로 보여주는 스위처(switcher) 디스플레이를 함께 제공하지만, 목록에 질서가 없으며 한 번에 표시하는 앱 수도 3개에 그쳐 때론 여러 번 화면을 스크롤해야 했고, 아이콘 역시 직관성 없이 크기만 커 전반적인 사용 경험이 매우 조악했다. 앱 전환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애플답지 않은 애플 펜슬과 스마트 키보드
아이패드 프로에는 터치 입력 방식의 제약을 해결하고 사용자들에게 그리기, 타이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기능들이 추가됐다. 문제는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및 로지텍 등 외부 제조사들이 선보이는 키패드 제품들)와 애플 펜슬이 새로운 입력 매커니즘을 제안하는 이 시점에도 iOS 9 자체는 여전히 터치 기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랙패드만큼 자유로운 콘텐츠 내 스크롤이 불가능하고, 또 커서의 부재로 텍스트 및 데이터 입력 지점이 혼란스러운 모바일 OS 환경에서 애플 펜슬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텍스트나 대상을 지정할 때마다 스틸러스를 집어 스크린으로 손을 뻗는 과정 역시 번거롭지 않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스케치가 일상인 작가나 건축가가 아닌 다음에야, 99 달러나 되는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를 구매할 만큼 기능적인 메리트가 있는지 의문이다.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의 경우에는 반대의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패드 프로는 더 커진 스크린과 어우러지는 풀 사이즈 키보드를 강점으로 내세웠고 실제로 사용하면서도 많은 진보들을 확인했지만, 몇몇 중요한 부분에서 실망스러운 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 스마트 키보드가 제공하는 촉각 피드백은 많은 상황에서 상당히 유용했고, 이외의 전반적인 감도 역시 지금껏 사용해온 키보드 중에 으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유용한 기능과 편안한 키감을 위해서라도 169 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필자로선 꽤 부담스런 일이었다. 또 기기가 단단하지 못하다 보니 무릎에 올려놓고 쓰다 보면 흔들거리는 것도 불편한 점이었다. 책상 위에서 쓸 때에는 충분히 만족스런 경험을 보여줬지만, 키보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쓰는 것은 몇 번을 시도해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터치 중심으로 설계된 아이패드 프로 앱들
애플은 85만 개의 앱이 아이패드용으로 개발됐고 이미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앱들 가운데 ‘아이패드 프로’의 더 커진 스크린과 스플릿 뷰를 제대로 이용하는 앱은 드물었다. 직장인들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생산성 앱인 구글 문서도구(Google Docs)마저도 아직은 풀 스크린 모드만을 지원하는 상태다.
외장 키보드에 대한 고려 역시 아직은 미흡해, 자르기, 복사하기, 붙여넣기 등 아주 간단한 단축 명령어들도 사용이 불가능한 앱들이 대다수였다. 다시 말해 이런 기능들을 이용하고 싶으면 손을 뻗어 스크린을 터치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애플의 잘못이라기보단 개발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어쨌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아이패드 프로의 매력을 반감하는 요소였다.
애플 스스로도 부적절한 비교를 부추기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용 별도 iOS를 개발하거나, 혹은 애널리스트들이 제안한 것처럼 아예 독립적인 또 하나의 OS를 설계하지 않는 한, 아이패드 프로가 MS 윈도우 10, 애플 맥 OS X 등의 ‘데스크톱 OS를 구동하는 노트북들과 온전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기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아이패드 프로를 노트북의 잠재적 대체자로 오해하게 된 데에는 여기에는 애플의 잘못도 일부 있다. 아이패드 프로가 판매에 들어간 지난달 애플의 CEO 팀 쿡은 “많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패드 프로는 노트북과 데스크톱의 대체품으로 기능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쿡은 아이패드 프로가 ‘모두에게’ 노트북 컴퓨터의 대체품이 된다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어떤 이들에게, 어떤 상황에서 아이패드 프로가 노트북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는지도 명확히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는 아마 기기의 제한을 두지 않고 기업 사용자들과 창의적 예술가들 모두를 공략하려는 의도에 기반한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패드 프로를 전통적 노트북과 연결 지어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일상 업무의 많은 부분을 전통적 OS 소프트웨어에 의지하는 사용자들이라면, 아이패드 프로로는 충족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 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노트북과 아이패드 프로 모두를 장만하기엔 일단 가격부터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국 아이패드 프로가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은 끝까지 충족되지 못하고 남아버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아이패드 프로를 메인 컴퓨터로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인상을 여러 부분에서 받았다. 물론 필자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고, 때문에 사용의 대부분이 워드 프로세싱 소프트웨어나 여타 편집 도구들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필자와 달리 그래픽이나 다른 무언가를 창작하는 이들이라면 반대로 아이패드 프로가 제공하는 멋진 기능성을 두 팔 벌려 환영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프로는 평균적인 노트북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기능들을 갖췄지만, 그 사용이 언제나 간편하고 직관적인 것은 아니며, 때문에 이런저런 부분에 있어서 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것을 조언하는 바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