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럽니스트 롭 엔덜이 포드와 시스코의 혁신 접근 방식을 비교하고 이 둘을 조합하면 최고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를 소개한다.
포드의 혁신 전략은 실험적 시도를 장려하고, 실패에 대한 책임 전가 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보상을 우선시 한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주 필자는 토론토에 문을 연 시스코의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식에 다녀 왔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포드의 리서치 & 이노베이션 센터와 시스코의 이노베이션 센터가 비록 매우 상이하긴 하지만 서로 배타적인 관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테크놀로지 기업에게 두 회사의 접근 방식이 다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 싶었다. 애플이 자동차 산업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는데, 머지 않은 미래에 이 두 가지 방식의 융합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포드의 리서치 & 이노베이션 센터(Research and Innovation Center)
CES에서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빌 게이츠와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MS가 포드의 차체 내부 테크놀로지 발전에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한 때 MS의 테크놀로지와, 그리고 현재는 블랙베리의 QNX와 협력하고 있는 포드싱크(Ford Sync)는 포드에게 엄청난 경쟁 우위를 안겨주었다. 이처럼 테크놀로지 전문가와 자동차 전문가의 협력이 갖는 잠재력을 알아본 포드는 실리콘밸리에 리서치 & 이노베이션 센터를 건설해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경쟁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다. 실리콘밸리는 아직까지 세계의 테크놀로지 센터로 건재하다.
이런 류의 테크놀로지 센터는 대개 내부 집중적(inward-focused)이다. 자동차 제작 기획 프로세스 초반부터 혁신적 요소를 시스코 같은 기업들로부터 도입하기 위한 센터라 할 수 있다. 자동차 하나가 전체 기획 단계를 다 거치려면 거의 5년 남짓 걸리기 때문에, 아예 초반에 이러한 요소들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것이 안정적이며 출시 기간(time-to-market)이나 제조 라인 비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다.
또 계획 단계 초반에 혁신적 요소들을 도입함으로써 외부로부터 이러한 요소가 억지로 도입되었을 때 자동차 업체들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내가 만든 것 아니니 상관 없다’는 태도를 경계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기기 전 이를 예측하거나, 생겼을 때 좀 더 신속히 대처하고 강력한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도록 협력이 용이해 진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시대가 됐으며, 그에 따라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가 더더욱 중요해졌다.
시스코의 이노베이션 센터
반면 시스코식 이노베이션 센터는 외부 집중적이며 주로 외부 고객들이나 방문객들에게 시스코를 소개하고, 특정 산업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시스코와의 협력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토론토 센터의 경우 스마트 시티/빌딩, 헬스케어, 금융에 집중돼 있다. 이들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결국 시스코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게 되는데 이는 비용을 낮출 뿐 아니라 리스크를 회사 전체로 분산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토론토 이노베이션 센터의 흥미로운 점은 다른 센터들의 성과물을 이용하여 제작 비용을 70만 달러 가까이 절감할 수 있었고, 에너지 소비량과 이동 및 변화에 들어가는 비용 절감은 물론 사용하는 직원에 맞게 자동으로 조절되는 직원 친화적인 업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직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가 너무나 놀라웠던 나머지 해당 건물을 관리하는 업체에서도 시스코의 혁신 콘셉트들을 자사의 건물에 그대로 적용했다고 한다.
상이한 콘셉트의 조화와 대조
첫 번째 방식의 장점은 다양한 혁신, 발전이 대부분 포드에 집중되면서 변화도 내부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두 번째 방식은 센터의 영업, 고객 성공, 참여 및 직원 업무 효율을 개선한다는 데 있다. 포드 방식은 포드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반면 시스코의 방식은 시스코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때문에 대기업들에게는 포드의 내부 집중적 전략을 택하면서도 시스코와 같은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우고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을 노릴 수 있고 게다가 이미 해결된 문제의 경우 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그러한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양쪽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한 방식이 요구된다. 포드의 경우 이는 특히 정부 기관이나 운송 업체 등 포드의 비즈니스 솔루션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행위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공급사와 고객사간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현대 사회에 전례 없는 것이지만 우리의 지척까지 와 있는 콜라보레이션 테크놀로지 덕분에 충분히 가능해 질 것이다.
무인 비행 자동차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언젠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개발되어 현재의 자동차가 쓸모 없어질 날을 꿈꿔 왔다. 그런데 그 꿈은 우리가 느끼는 것만큼 허황된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무인 자동차 기술과 드론 기술이 개발돼 있는 지금, 하늘을 나는 무인 자동차도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올 해 CES에서 중국 기업이 2016년 출시 예정으로 선보인 콘셉트가 이를 증명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꿈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에서 실현되려면 무인 자동차, 운송, 드론, 그리고 인공 지능에 관련하여 최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무인 비행 자동차 개발에는 수십 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 온 기업인 몰러(Moller)가 참여할 수도 있다.)
이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집중한다면,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포드와 시스코의 혁신 콘셉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면, 현재로서는 더 가능성이 높은 중국보다도 미국에서 먼저 이러한 꿈 같은 일이 달성될 지도 모른다(프로토타입을 보면, 이미 달성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