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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aneshige
Senior Writer

실리콘밸리 IT갑부들, 미국의 새로운 ‘상류층’ 될까?

기획
2014.02.144분

오래 전에는 실리콘밸리 IT전문가들은 괴짜로 사회적 약자 모두가 이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 IT전문가들은 부유한 엘리트 집단이 됐다. 어쩌다

과거에는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한 업계 리더들이 질타를 받곤 했다. 전용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D.C로 날아들던 자동차 업계 임원들이 대표적이었다. 또 기자에게 자신과 아내 소유로 된 집이 몇 채나 되는지 정확히 밝히지 못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그 계급의 차이가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타났다. 바로 ‘테크놀로지 전문가’이다.

올리버는 조용해진 관중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더 이상 패배자가 아니다. 그 점을 꼭 아셔야 한다. 남들에게 뒤쳐지는 그런 사람도 아니다. 과거 사람들은 테크놀로지 업계 전문가들에 대해 꽉 막혔다며 동정심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이젠 여러분의 행동이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여러분이 하는 일뿐 아니라, 직장에 출근하는 방식까지도 말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는 나날이 커져가는 미국 내 부의 불평등 문제에서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 분야가 주도하는 이 고급화로 양극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구글의 개그 오더(gag order, 보도 금지령)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증오에 찬 포스팅들, 그리고 구글 버스를 가로막고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는 등, 반 IT 정서는 이미 하나의 문화 전쟁이 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디스트릭트(Mission District)에 설치된 한 목재 광고판에는 ‘벤처 기업? 엿이나 먹어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오바마케어, 그리고 줄을 잇는 말실수
이제 부유한 IT인사들이 일반인인 척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이달 초, AOL의 CEO인 팀 암스트롱은 오바마케어(Obamacare)와 ‘돈 잡아먹는 아이들(회사 직원이 아이를 출산하면 그 앞으로 많은 돈이 들어감을 빗대어 말함-역주)’로 인한 건강보험료 인상 때문에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2012년 한 해에만 1,200만 달러를 벌었고 AOL의 분기 순이익 역시 상당히 좋았다.

“2012년 두 명의 AOL 직원이 아이를 출산했다. 이 ‘돈 잡아먹는 아기들(distressed babies)’ 밑으로만 각각 100만 달러가 들어갔다. 바로 이런 일 때문에 직원들에게 돌아갈 복리후생이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암스트롱은 말했다.

AOL에 근무하는 직원이자 아이를 양육중인 디나 페이는 이런 암스트롱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가 내 딸아이를 가리켜 회사 돈을 축내는 ‘돈 잡아먹는’ 아기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직원 복리후생에 대한 책임을 죽을 고비를 넘긴 우리 딸에게 전가한 것이다. 딸아이의 투병은 우리 부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고, 남편과 나는 아직도 마음의 상처 때문에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일을 핑계 삼아 회사의 비용 절감을 정당화 시키려 한 것이다.”

페이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며칠 후 암스트롱은 자신의 발언에 사과하고 직원 복리후생을 다시 원상 복귀시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암스트롱의 ‘돈 잡아먹는 아기’ 발언은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이 문화 전쟁에 하나의 중요한 단어로 자리잡고 말았다.

실수는 암스트롱만 저지른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IT억만장자 역시 멍청한 말실수를 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 톰 퍼킨스가 미국의 부자들이 받는 대우를 나치 치하의 유태인들이 받던 박해에 비유한 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비난 여론이 뒤따랐고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는 재빨리 퍼킨스의 발언은 회사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그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퍼킨스는 이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 더욱 공분을 샀다. “크리스탈나흐트 씨에게 보낸 편지에 쓴 글을 잘못 이해해 내가 반 유태주의자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그는 말했다.

퍼킨스의 발언이 있기 몇 달 전에는 엔젤헥(AngelHack)의 창립자 그렉 고프먼이 페이스북에 올린 악명 높은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가면 빈민층 사람들이 하이에나처럼 모여서 침을 뱉고, 오줌을 누고, 지나가는 이에게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하는 등 마치 자신들이 도시의 주인인 양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빈민층이 사는 구역과 노동자 계층이 사는 곳이 따로 있는데, 이들과 가까이 살아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하버드 대 졸업생들
이처럼 충격 발언이 계속되자 IT거물들은 스스로 ‘비호감’의 위치를 확고히 했으며 아주 부유한 소수 ‘귀족’들과 나머지 대중들은 서로 더욱 단절되고 말았다. 이 실리콘밸리 특유의 오만함이 이제는 코미디언들을 거쳐 하버드 경영대학 졸업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 엘리트를 위해서라면 재정적 손해도 감수하고 있다.

이번 달 초 보스턴에서는 하버드 경영대학 벤처 캐피털 및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클럽에서 주최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Palo Alto)에 위치한 밴처 캐피털 펀드 소셜+캐피털 파트너십(Social+Capital Partnership)의 창립자인 샤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이날 컨퍼런스 참석자들에게 파티에 초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제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기업가들이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내고 이에 필요한 벤처 캐피털을 차지해 그 아이디어들을 실현할 것이라고 팔리하피티야는 말했다.

“정말 불공평한 일지만, 현재 당신들은 차별을 당하고 있다. 우리들 중 상당수가 당신들 중 한 사람이 시작한 벤처 기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그는 전했다.

‘실리콘밸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들지 않는가?

*Tom Kaneshige는 CIO닷컴 기자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