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크리스티안 랭(Christian Lang)이 그가 18개월 동안 차지하던 작업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달라스에 소재한 가정 건강 소프트웨어 개발자 엑세스(Axxess)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랭은 “이런 개방성은 우리가 별다른 마찰 없이 공간을 유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줬다”라고 말했다. 랭은 지난 여름 자리를 옮겨 회사의 모바일 팀 옆에서 일하게 되었다. 새로운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모바일 팀과 함께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자리 이동을 통해 그는 메신저를 이용할 때보다도 답변을 듣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엑세스는 개방형 사무실 개념을 완전히 수용한 여러 기업 중 하나다. 직원들 사이에 벽이나 막힌 공간을 없애 250명 정도의 직원을 한 곳에서 일하게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2016년 컴퓨터월드의 IT 최고의 직장 100대 회사에서 소기업 부문 1위에 뽑힌 엑세스의 CTO 앤드류 올로우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원했다. 큐비클 안에 있으면 정보가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는다.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모두가 서로 옆에 앉아있어서 창의적이고 우연이 발생하는 문화를 만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 TV와 인터랙티브 와이트보드가 설치된 액세스의 개방형 사무실.
지난 10년간 열린 작업공간은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격식 없고 위계질서 없는 조직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주로 채택했지만, AT&T, GE, KPMG 등의 대기업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의 작업 공간이 개방하곤 했다.
그러나 개방된 환경이 전통적인 사무실과 큐비클 셋업 보다 커뮤니티를 장려하고 협업을 지원한다는 생각에 모든 직원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더 조용하고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집중하고자 하는 이들이 그렇다. 소규모 회의와 조용한 집중 공간을 오픈된 공간에 추가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개방형 공간의 혜택을 진정으로 얻으려면 기업 문화 역시 협업과 혁신을 높이 평가하도록 바뀔 필요도 있다. 여기 IT 인력을 개방형 공간으로 옮긴 회사 6곳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즉각적 협업 조장
자발적 협업은 개방형 사무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랭을 비롯한 몇몇 경영자들은 이야기한다. 아이디어의 공유, 현재 대화 참여, 즉석 문제 토론 등의 일이 방문하거나 회의 일정을 잡는 것에 비해 훨씬 쉽다.
코네티컷 스탠포드에 본사를 둔 금융 서비스 업체 신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의 CTO이자 선임 부회장 그레고리 심슨은 “벽을 없애서 관리자가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더 잘 감시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일을 해내는데 필요한 협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신크로니 파이낸셜의 이노베이션 스테이션. 부서간 협업을 장려하려는 의도로 고안됐다.
신크로니는 4년전 여러 부서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 스테이션(Innovation Station)을 갖추면서 개방형 공간을 도입했다. 이노베이션 스테이션에는 벽이 아예 없거나 아주 낮은 파티션만 존재한다. 소파와 외부 창으로부터의 자연광도 있다. 심슨은 협업을 필요로 하는 작업자들을 한 곳에 모음으로써 상호작용의 ‘마찰’을 없애는 것이 목표였다고 전했다. “책상 건너편에서 서로 마주보게 되어 훨씬 빠르게 협업이 가능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미국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경영 및 기술 컨설팅을 제공하는 부즈 앨런 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은 워싱턴 DC에 여러 부서의 개입을 장려하기 위해 720제곱미터 넓이의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를 2016년 초 만들었다. 이 회사의 인적 서비스 부회장 사라 클레어가 “편하고 열려있고 밝다”고 이야기하는 개방형 사무실은 21세기 작업 방식을 반영하는 동시에 지원한다.
그녀는 “모두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를 도와주는 환경 속에 있으면 그렇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폐쇄된 컨퍼런스룸에서 하는 회의도 좋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배출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개방형 사무실은 마음을 편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부즈 앨런은 이런 작업공간을 더 개소하는 한편 사무실에 라운지를 새로 구성하는 등의 작은 변화들도 추가할 방침이다
부즈 앨런 해밀턴의 이노베이션 센터. “모두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개방형 사무실 개념은 기업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몇몇 회사는 작게 변화했다: 폐쇄형 사무실을 유지하지만 전통적인 작업공간보다는 작게 만들고 큐비클 벽을 유리로 바꾸는 식이다. 다른 회사들은 빌딩의 특정 구역을 열린 환경으로 재편해 프로젝트 필요에 따라 작업자들이 이용하도록 하기도 한다.
또 몇몇 회사는 할당 좌석을 가진 개방형 공간을 준비해 작업자들이 개인 물품을 가져와 놓고 일할 수 있게 하며, 어떤 회사는 작업자들이 매일 자리를 바꿀 수 있게 해서 더욱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몇몇 회사들은 작업자들에게 사무실이나 아무런 벽을 주지 않고 부서가 아닌 프로젝트나 목표에 맞춰 할당된 그룹에 따라 앉도록 한다.
원로그인(OneLogin)은 마지막 방식을 취했다. 이 소프트웨어 벤더의 샌프란시스코 본사는 폐쇄형 사무실이 딱 하나 있다. CEO실이다. 나머지 200명의 직원들은 완전히 개방되고 벽이 없는 2층에 걸친 공간에서 일한다. 미니멀 스타일로 맞춤 설계된 책상들과 추가 좌석을 위해 패딩된 파일 캐비닛들만 이 공간에 존재한다.
원로그인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무실 모습. 벽은 CEO 룸에만 있다.
원로그인 HR의 부사장 마이 톤은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소리지른다. 동지애가 아주 많이 생긴다. 이렇게 많은 협업이 발생하게 된다. 가끔 사람들은 크게 소리를 지를 수 있어야 한다. 오해를 사기 쉬운 이메일이나 즉석 메시지를 거치지 않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음은 커지고 프라이버시는 줄었다?
분명 열린 사무실의 커피숍 스타일의 활기에서 에너지를 받는 이들이 있지만, 몇몇 직원들은 큰 소음과 프라이버시의 침해 가능성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컴퓨터월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를 지적하는 글이 종종 게재된다. 한 회원은 “모두가 같은 목표 하에서 일하고 협업할 필요가 있을 때는 열린 공간이 좋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는 열린 공간은 생산적이지 않다. 항상 전화를 하는 시끄러운 사람 옆에서 일하면 큐비클로도 차단하기는 부족하다”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사람도 “모두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상황이라면 열린 공간이 집중도를 낮추고 짜증나게 한다”라고 동의했다. “만약 한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오픈 작업공간은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트린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몇몇 연구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이 마찰을 유발하고 이직률을 높이고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스트레스 높은 환경이 될 수 있다. 직원들이 더 많은 프라이버시를 선호하고 개방된 환경의 소음과 방해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한 연구도 있었다.
소음이 특히 문제다. 브리티시 카운실 포 오피스(British Council for Offices)의 웟워커스 원트 2016(What Workers Want)라는 연구에서는 개방형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45%만이 소음 수준이 수용할 만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통적인 사무실의 60%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동일한 연구에서는 직원들의 45%가 개방형 사무실이 생산성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고, 25%는 생산성을 저해한다고 답했다.
2000년 저널 오브 어플라이드 사이콜로지(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서 나온 더 오래된 연구에서는 개방 사무실 환경의 소음이 ‘투쟁 혹은 도피’ 호르몬인 에피네프린 수치를 올린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드레날린’으로 알려진 호르몬이다.
직원 우려 최소화
이런 우려를 감안하면 조용한 환경이나 프라이버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신크로니 파이낸셜의 심슨은 자사의 경우 다양한 유형의 작업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업은 또 프라이버시가 자주 필요한 HR 등의 부서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환경을 유지하며 소음은 차단하는 동시에 개방감을 만들기 위해 몇몇 그룹에는 유리벽을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기업들은 사무실 디자인 변경의 부작용을 예상해야 하고 직원들의 우려를 최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시트릭스 시스템(Citrix Systems)의 CIO 폴 마틴은 조언했다.
시트릭스 시스템의 허들 스페이스. 소규모 화상 회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에 본사를 둔 이 소프트웨어 회사는 개방형 사무실 구조로의 이전을 IT에서 시작해 전세계 여러 사무실로 확대시켜갔다. 이제는 IT, 공급망, 공유 서비스의 직원들이 그런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마틴은 “몇몇 사람들의 저항이 나타나곤 한다. 우리가 개방형 사무실에 대해 처음 이야기했을 때, 일부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두 번째 회의에서 그들은 ‘우리가 옮긴다고?’하는 식으로 반응했다. 세 번째 회의에서는 예외로 빠질 수 있는지 물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점이 바로 경영진의 지원과 관리자들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우리는 직원들이 가구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허용한다”라고 덧붙였다.
시트릭스(Citrix)는 직원을 사무실 건축 현장에 초대해 새로운 환경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직원의 가족을 함께 초대하기도 했다. 새로운 개방형 사무실에는 필기 가능한 벽과 테이블을 갖춘 협업 공간, 원격 협업용 비디오 기능을 갖춘 허들 공간, 개인 물품 보관을 위한 라커가 갖춰져 있다. 직원들은 화면보호기로 디지털 가족 사진을 만들도록 장려 받았고 아이들은 낙서 가능한 벽을 시험할 수 있었다.
마틴은 사무실이나 큐비클에서 30% 이하의 시간을 보내는 작업자들이 새로운 작업 환경으로 옮길 것이고, 이들이 이미 다른 작업자들과 협업하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마련된 새 작업공간의 혜택은 실질적이고 즉각적이었다.
그는 “[이전까지] 네트워킹과 텔레콤팀이 따로 떨어져 있었다. 현재는 서로 옆에 앉기 쉽게 바뀌었다. 부서는 물론 상하 관계가 더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관리자의 의도와 별개로 직원들은 관리자 사무실에 들어가기를 꺼리거나 그들의 일을 방해하는 것을 불편해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생산성도 올랐다. 마틴은 “이 공간에서 일하고 난 후 프로젝트 정시 완료와 예산 준수가 많아졌다. 더 많은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이 머무르고 더 많은 팀원들이 서로를 돕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 사무실 디자인이 훨씬 더 적은 공간을 필요로 함에 따라 사무실 임대 비용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간 비용 절감이 새 사무실 설계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장기적 비용 절감은 막대하다”라고 전했다.
기업 전략과의 정렬은 필수
CIO가 IT 인력들의 작업 공간을 검토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물리적 디자인은 기업 문화와 맞아야 하고 기업 문화는 물리적 공간에 맞아야 한다고 앞선 IT리더들은 말한다. 다시 말해 협업, 동료애, 커뮤니티 등과 같은 개방형 사무실의 혜택을 얻으려면 이를 중시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신크로니 파이낸셜에서 사무실 재설계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의 변화와 부합해 마련됐다. 심슨은 “이노베이션 스페이스는 워터폴에서 애자일로 변화한 우리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과 어울리는 것이었다”라며 “우리는 우리 제품들이 최대한 빠르게 나오기 원했다. 그리고 벽을 없애면 작업 속도의 마찰도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회계와 서비스 업체 KPMG의 기술 활성화 전무이사 루 트레비노도 동의했다. 그는 “문화와 리더십이 그 목표를 지지하지 않는 이상, 공간은 의미가 없다. 달성하고자 했던 결과물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KPMG는 KPMG 이그니션(Ignition)이라는 개방형 다기능 협업 작업공간을 덴버와 미시간 그랜드 래피드에 만들었다. 뉴욕과 애틀랜타에는 2016년 말까지 열 계획이다. 트레비노는 KPMG가 다른 자사에 대해서도 큐비클 벽을 낮추고 사무실 수를 줄이고 유리를 더 쓰는 식의 낮은 수준의 재편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KPMG의 KPMG 이그니션 공간. 조직을 “평면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새로운 이그니션 사무실 (그리고 낮은 수준으로 재편된 공간들)은 조직을 “평면화”시켜 인턴부터 고위직 고문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트레비노는 “장벽을 허물고 싶다는 필요성을 우리는 직시했다. 우리는 조직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게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조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북돋는 한편,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모두가 새로운 개방성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심슨은 작업 공간에 대한 우려로 한 사람이 입사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해당 구직자는 개방형 사무실을 싫어하면서 그의 직위가 개인 사무실을 쓰기에 충분할 만큼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슨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원하던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다. 일보다는 사무실에 더 신경 쓰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개방 공간이 채용률을 높이고 이직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뉴욕시 작업장에 개방형 공간을 갖추고 시애틀 사무실도 같은 식으로 변경 중인 제품 디자인 회사 인텔리전트 프로덕트 솔루션(Intelligent Product Solutions)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선임 디렉터 준 세베리노 펠드먼은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은 더 젊은 구직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펠드먼은 “개방형 사무실은 자발성을 위해 문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이 점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돌파구로 이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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