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DT는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IT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로 정적인(stock) 특성을 가지며 한 시점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이다. 그와 반대로 DT(Digital Transformation)는 전환의 과정 즉 흐름(flow)을 표현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기업에선 종종 DT 프로젝트의 종료 시점을 파악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애초부터 DT에 종착지란 없다. 기업은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서, DT 위에 새로운 IT 기술을 끊임없이 입혀가면서 전환을 이루어 갈 뿐이다.
이처럼 DT는 기업에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업 내에 머무른다. 그럼 성공적 DT를 위한 전략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DT의 첫걸음은 기업 내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데이터의 품질은 어떠한지, 이러한 데이터는 어디에 존재하는지 파악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DT를 실행하는 첫 번째 단계(Phase1)다. 사실 DT 첫 단계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환 사업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체 개발이나 외주, 하이브리드와 같은 사업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DT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용 절감을 달성하는 기초가 된다. 그런 면에서 DT의 첫 번째 목표는 깨끗하고 정확한 데이터의 확보여야 한다.

박석민 위원 / KDB
두 번째 단계(Phase2)로 넘어갈 때의 전략은 고객과 기술에 관심을 두고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다. 우선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바닥부터 다시 검증한다. 고객의 요 파악하고 나면, 새로운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을 위해 신기술을 도입할지, 아니면 현재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할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소통을 늘리는 것이다. 앞으로 경영진 간의 소통, 직원들 간의 소통, 경영진과 직원과의 소통 모두 더 깊어져야 한다.
국내 은행들은 약 5년 전부터 D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커머스나 유통 분야보다는 조금 늦은 편이지만 은행권에도 생존을 위해 DT에 투자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은행은 이제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뛰어넘어, 각자 은행 특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 제공을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방식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과 UI 접근 편의성 향상 등의 노력을 앞다투어 하고 있다. 2024년에도 이런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도 성공적인 DT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금융 데이터 활용을 위한 인프라도 새롭게 구축했다. 기업금융에 특화된 산업은행이 기업금융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박석민 수석은 삼성에버랜드 경영관리팀을 시작으로, KDB 산업은행 경영전략부, 디지털전 략부를 거쳐 현재 전기전자 부문 심사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학술 논문으로 ‘AI 도입이 심리적 계약, 조직신뢰, 조직몰입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있다.
정리 : jihyun_lee@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