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9일 애플 페이(Apple Pay)라는 새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아이폰 6, 아이폰 6 플러스, 내년 초 출시될 애플 워치(Apple Watch)를 공개했다. 두 시간 남짓의 언론 대상 행사에서 애플은 잡스 이후의 방향을 성공적으로 제시했다.
스티브 잡스가 원조 맥(Mac)과 1세대 아이맥(iMac)을 시장에 소개했던 장소, 즉 쿠퍼티노(Curpertino) 소재 디엔자 칼리지(DeAnza College) 플린트 센터(Flint Center)의 전용 시설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잡스와의 ‘진짜’ 이별을 알리는 첫 번째 애플 제품군이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물론 팀 쿡 CEO 휘하의 애플은 잡스 사후 3년 동안 아이패드 3개 세대, 아이폰 2개 세대의 제품들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제품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었다. (지금까지 잡스 이후 시대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은 애플을 소형 태블릿 시장에 진입시킨 아이패드 미니였다. 잡스는 생전에 소형 태블릿을 공개적으로 조롱했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6월, 애플이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키노트에서 쿡 휘하의 애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처음으로 엿볼 수 있었다. 애플은 이 키노트에서 잡스 이후 세상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았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잡스의 영향력에서 해방된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군을 처음으로 예상할 수 있는 제품을 공개했다. ‘애플은 더 이상 혁신을 할 수 없다’라는 일각의 전망에 반박하려는 시도였다.
‘최초’보다는 ‘올바른’ 것이 낫다
애플의 최근 쇼케이스는 전통적인 쇼맨십, 과거보다는 조금 더 개방된 회사로서의 이미지가 혼합된 것이 특징이었다. 또 애플 전략의 특징을 강조했다. ‘최초의 제품’보다는 ‘올바른 제품’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크기를 키운 아이폰과 첫 번째 패블릿(Phablet)을 발표했다. 둘 모두 새로운 부류의 제품이 아니며, 두 종의 스마트폰 역시 크게 독창적이지는 않다. 또 NFC에 기반을 두면서 접촉 횟수를 줄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dl Ehgks 이미 애플의 경쟁사들과 업계에서 결성된 콘소시움 또한 이런 시도를 했었다. 구글 월릿(Google Wallet), (Isis라는 산업 단체의) 소프트카드(Softcard)를 예로 들 수 있다. 웨어러블 피트니스 트래커나 스마트 워치 (또는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 같은 제품을 처음 만든 회사도 애플이 아니다.
아이팟은 첫 번째 휴대용 MP3 플레이어가 아니고, 1세대 아이폰 역시 첫 번째 스마트폰이 아니다. 애플이 아주 오래 전 선보였던 뉴턴 PDA와 아이패드 역시 첫 번째 태블릿이 아니다.
그러나 각 제품 범주의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있어 일종의 ‘룰북’을 제시했다. 또 각 범주별로 디바이스를 최상으로 디자인(설계)하는 방법을 고심했으며, 그 결과 모호한 기술을 주류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기술로 탈바꿈시키면서 업계에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앞으로 출시할 애플 워치(Apple Watch) 또한 이와 같은 ‘혁신의 불꽃’을 지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기술혁신의 가격이 싸지는 않다. 애플 워치는 349달러에 판매될 전망이다.
스마트워치가 지향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다
애플 워치에 있어, 가장 애플다운 혁신은 스마트워치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아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이라는 본질이 애플다운 혁신이다. 쿡은 애플은 아이폰을 축소한 형태의 시계를 만들려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삼성과 안드로이드 웨어 진영에 ‘잽’을 날렸다. ‘축소’는 1세대 갤럭시 기어, 최근 발표한 타이젠 기반 갤럭시 기어 S를 중심으로 대다수의 삼성 워치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애플은 사람들이 스마트워치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후, UI를 독창적으로 섞어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물론 애플 워치에도 터치 스크린이 탑재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입력 장치가 존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크라운(DIgital Crown)’이라는 용어가 우습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은 ‘시계 용두’는 스마트워치 디자인에서는 아주 독창적인 요소이다. 가장 밀접한 비교 대상은 페블(Pebble)의 4버튼 인터페이스이다. 사람들이 시계를 조작할 때처럼,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고도 용두만 조작해 스크롤, 선택, 이전 단계로 이동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작에 제한이 있는 기본적인 기능이기는 하다.
애플은 디지털 크라운과 터치스크린이라는 인터페이스의 장점을 결합했다. 상황에 따라 터치와 스와이핑을 하거나, 디지털 크라운을 이용해 스크롤이나 줌, 홈스크린 이동 등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압력에 반응하는 스크린의 스와이핑과 터치 기능이 누르기 기능과 통합되면서 또 하나의 직관적인(쉬운) 입력 수단이 추가됐다.
각각의 인터페이스만으로는 평균 이하의 사용자 경험이 전달될 것이다. 페블 역시 스크롤 및 누르기에 바탕을 둔 인터페이스라 제약이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터치스크린 스마트워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착용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크기가 커져야 한다. 애플은 크기와 스타일을 신경 썼다. 동일하게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전달하지만, 크기를 두 종으로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은 또 경쟁사의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보다는 더 대중적이고 패셔너블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애플 워치는 여러 측면에서 구글 글래스(Google Glass)와 대척점에 놓여 있다. 패셔너블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그냥 고급 시계처럼 보인다. 사용자는 탭틱(Taptic) 알림 기능 덕분에 시끄러운 알림 신호나 큰 진동 없이 도착한 메시지나 일정을 알 수 있다. 회의나 레스토랑에서 환영을 받을 기능이다.
피트니스와 웰빙을 위한 ‘최종 방향’을 제시하다
현재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피트니스 트래커가 출시되어 있다. 애플이 돋보이는 것은 ‘모든 것을 동일한 방법으로 트래킹’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걷기와 뛰기, 뛰기와 자전거 타기는 다르다. 근력 운동과 필라테스 모두 운동이지만, 그 성격은 아주 다르다. 그러나 이는 많은 헬스 트래커들이 실패를 한 부분이다. 특정 형태의 운동에는 유용하지만, 다른 운동에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종합적인 운동 트래킹과 훈련을 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애플은 일반 피트니스 및 건강 관리 카테고리에서조차 트래킹을 3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다른 대다수 장치보다 건강 관리 방법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 있는 자세’와 ‘이때의 근력 및 골격 건강’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매트릭스를 분류해 제시하고 있다.
이는 iOS 8의 핼스킷(HealthKit) 플랫폼에 통합될 예정이다. 필자는 헬스케어 IT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헬스킷이 여러 다양한 헬스 및 건강 관련 정보를 통합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여기에는 전자 의료 기록 같은 의료 시스템에 안전하게 통합될 의료 데이터도 포함된다.
애플이 애플 워치에 탑재한 센서를 감안했을 때, 필자는 헬스케어 분야의 개발자들이 많은 흥미로운 앱을 고안해 낼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기립 운동은 물론, 의사나 물리 치료사가 매일 해야 할 운동으로 권장한 특정 운동을 하도록 알려주는 (헬스킷과 연동된) 앱이 등장할 수 있다. 이 앱은 이후 사용자가 운동을 한 횟수와 시간을 의사나 물리 치료사에게 통보해 줄 것이다.
애플은 피트니스 및 의료 전문가는 물론, 규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규제에 부합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기능을 하는 애플 워치와 헬스킷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들 기술이 궁극적으로 구현할 편익 가운데 표면만 맛 본 상태이다.
괴짜들만 좋아할 아이디어를 주류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다
애플은 애플 워치와 애플 페이에서도 한때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던 개념을 누구나 인지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이를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개념에 기반을 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한 사람들조차 인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사람과 기술의 접촉 방식을 재창조하는 역량과 더불어 애플이 강점을 갖고 있는 역량 중 하나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지금까지 애플이 혁신을 견인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즉 애플은 기술 분야를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류로 부상시켰다.
애플은 (미국 시간) 9일 행사에서 자신들이 여전히 이런 일에 정통하고 능숙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팀 쿡 CEO는 팝스타 보노(Bono)와 지나치게 많이 예행 연습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무대에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의 인생에서 최고조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을 정도이다. 새로운 애플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 과거의 애플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 Ryan Faas는 IT 전문 칼럼니스트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