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 시장은 정체돼 있다. 고령화 사회로 빠른 속도로 넘어가고 있고 음식을 많이 소비하는 성장기 인구도 감소한데다 과거보다 먹는 양도 줄어
대상 CIO 유철한 상무의 명함에는 직책이 여러 개다. CIO, CFO, PI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1인 3역을 맡게 된 데 대해 유 상무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26년 전 대상에 입사할 당시 유 상무는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다 이후 회계 부서와 재무부서를 거쳤다. IT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경영관리팀에 있을 때부터다. “경영관리팀이 시스템을 자원을 많이 쓰는 부서다 보니 IT부서에 요구사항도 많았다. IT부서 밖에서 IT를 바라볼 때는 IT의 애환을 잘 몰랐다. 막상 와보니 IT는 IT대로 복잡한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유 상무는 밝혔다.
대상의 IT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는 처음 ERP를 구축할 때다. 2005년 SAP R/3를 1년 동안 구축해 2006년 1월 1일 시스템을 개통했다. 이후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혁신 업무를 시작했다. PI본부에는 혁신기획팀, 생산혁신팀, 구매혁신팀, 영업혁신팀이 있었는데 2012년 말과 2013년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재무까지 이 PI본부로 들어와 유 상무가 CFO까지 맡게 됐다.
CIO가 CFO도 겸직, ‘득’ 많다
CIO가 PI본부장을 겸직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CFO를 겸직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드문 사례다. CIO와 CFO를 겸직하는 데 대해 유 상무는 “예산이 많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3, 4년에 걸쳐 진행됐고 ERP 업그레이드까지 마친 상태다. 현재는 IT와 재무가 크게 부딪힐 일은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렇더라도 내부에서 자유롭게 협의하고 재무와 혁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CIO가 오히려 정보전략팀장에게 ‘이것 하자, 저것 하자’고 추가로 제안할 정도로 협조관계가 형성됐다”라고 강조했다.
“사용자 부서와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부서가 각각 있는데 이들이 같은 본부 소속으로 있으니까 일단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매주 한 번 주간회의도 하기 때문에 협조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요구 사항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나 그렇지만 요구사항 적건 크건 관련 업무 부서에 연락하고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대상은 먼저 얘기해도 서로 통한다는 게 장점입니다.”
유 상무는 “지금 IT투자를 할 수 있다, 없다 보다는 회사의 자금 상황이 어떻다라는 걸 아니까 이 정도면 가능하다는 수준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예산 확보와 별도로 자금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까 프로젝트 추진 결정이 지연되는 이유가 현재 자금 사정 때문인지 아니면 프로젝트를 반대하기 때문인지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IT가 비즈니스에 도움 줄 때 됐다’
2010년 중장기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면서 유 상무는 “이제 IT가 비즈니스에 도움 줄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5년 동안 IT가 채워야 할 그림을 그리면서 기존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유지 보수하는 것 이외에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외 사업장으로 ERP를 확대하고 글로벌 SCM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유 상무는 전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데이터에 신뢰가 가야 한다는 게 유 상무의 생각이었다.
“사업장에서 전해주는 데이터를 그대로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ERP를 구축했고, 동시에 글로벌 오퍼레이션 센터가 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IT부서는 여전히 지원부서 역할도 하지만 이제 비즈니스를 선도할 수 있는 시점이 됐습니다.”
5개년 계획의 주요 주제는 기존 시스템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ERP를 대대적으로 구축한 이후 대규모 투자가 없었고 성능도 떨어져 업무에도 지장을 주게 됐다. 우선은 인프라를 개선하고 현재 있는 시스템을 잘 활용하도록 하는 게 1단계 프로젝트 목표였다.
대상은 지난해까지 성능, 보안 문제를 개선하는데 주력했으며 ERP 업그레이드를 비롯해 문서보안, 정보보안, 네트워크 보안 등 모든 보안 부문을 업그레이드했다. 그룹웨어도 교체하고 하드웨어도 개비했다.
2단계에서 프론트엔드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CRM, 모바일, e커머스, 모바일 커머스 등을 추진했다. 대상의 매출은 대리점과 할인점에서 99% 창출되지만, e커머스나 모바일 커머스로 매출을 늘린다기보다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목적으로 이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물류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대상은 계열사 통합물류의 리드타임을 줄이고 비용 절감해 궁극적으로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다.
고객 목소리 듣기
“과거에는 주로 고객의 불만을 전화로 듣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인터넷 기사, 브랜드 커뮤니티 등 모든 고객의 소리를 듣고자 한다. 이를 매달 분석해 전사 월간 혁신회의에서 공유하고 있다”라고 유 상무는 설명했다.
“식품회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품질이다.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한다. 고객의 이야기뿐 아니라 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쉽지 않고 예산도 많이 필요한 일이지만 통합된 정보를 수집하는 창고를 만들려고 한다”고 유 상무는 계획을 내비쳤다. 그러나 아직 소셜 마케팅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한다.
“대상 영업 사원들이 가져오는 정보도 많습니다. 요즘은 매출의 절반이 유통점에서 이뤄지는데 주문정보는 POS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정보를 모아 판매 관련 사원들 현장에서 구한 정보를 더하면 양질의 정보가 탄생하게 됩니다.”
대상도 자체적으로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해 PC와 모바일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여기서도 고객의 소리를 취합할 수 있다. 이밖에 청정원 주부 모임, 홍초 모임 등의 브랜드별 모임과 주부 봉사활동 커뮤니티 등 마케팅 접점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대상도 고객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 문제에 대해서 신경쓰고 있다. “30만~40만 개의 계정정보가 있는데 외부 업체가 관리하건 내부에서 관리하건 식품회사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와의 접점이 있는 기업에게 보안은 여전히 중요하다”라고 유 상무는 강조했다.
“고객의 소리(VoC), 대 고객활동은 PI본부가 아닌 타 부서에서 주로 담당하겠지만 IT부서가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ISP에서 나왔던 과제로 IT부서가 발의했던 것이기도 한데요. 단발성으로 전화받는 게 아니라 모든 자료를 매일 취합해 고객에게 사전 대응하자는 겁니다. 목적은 여러 가지인데, 만족도 향상도 있을 테고 건강 정보 전달도 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개선해 모든 접점을 통합해 하나의 창구로 운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밖에 유 상무는 매출 자료를 5년치나 10년치 데이터가 있으면 카테고리별로 보고 싶은 자료를 추려서 원하는 정보를 분석해서 볼 수 있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런 솔루션이 있다면 우선으로 도입하고 싶다. 활용가치도 그 쪽으로 높이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혁신의 목적은 ‘매출, 이익 향상’
“혁신의 목적은 매출 향상, 이익 향상입니다. 혁신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없으니 어떻게 혁신하는지를 보는 기준이 바로 KPI입니다. KPI 점수를 연봉, 승급과 연계한 것이지요. 마치 KPI 자체가 혁신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유 상무는 혁신의 궁극적인 목적을 강조하며 “혁신 활동들을 쪼개서 계획대비 실적을 가지고 차이가 발생하면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일하는 방법도 좋아진다. 그 계획을 잘 수립하면 회사는 점점 더 좋아지고 최종목표가 좋아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혁신의 목표는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해서 매출과 이익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바로 CIO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개개인들도 혁신활동을 통해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일하는 방법이 바뀌고 그것이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는 상향식(Bottom UP)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혁신은 하부조직까지 다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유 상무는 밝혔다. 그는 각자가 혁신에 대한 개념을 알고 직접 혁신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혁신이라고 말했다. 유 상무에 따르면, 계획 수립과 추진 과정을 계속 해봄으로써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잘됐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계획이 잘못됐는지 실행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판단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스스로 느껴보게 하는 것. 자발적 혁신까지 가는 게 혁신이다”라고 유 상무는 전했다.
유 상무는 앞으로 원가를 분석해 표준원가 개념을 ERP에 담고자 한다. 그래서 유 상무는 “이 표준원가는 목표원가 또는 예정원가로 만들어 글로벌로 운영에 반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원가뿐 아니라 계열사와 경쟁사의 원가도 파악해야 하고 어디서 만들어 어디로 파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유 상무는 제대로 된 표준원가를 만들어 회사에 기여해보는 게 업무 소망이라고 말했다.
*유철한 상무는 회계학을 전공하고 대상 마케팅부서에 입사했다가 재무부서에서 15년 정도 근무했다. 회계, 경영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후 CIO를 맡게 됐다. 2012년부터 PI본부까지 이끌기 시작했으며 2013년 말 기획관리에 속했던 재무부서가 재편되면서 유 상무가 CFO까지 겸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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