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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Hae Jeong

“고객 있는 곳에 기술도, 디지털도 있다” 롯데마트 김윤경 CMO

기획
2016.09.057분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를 추구하는 롯데마트는 최근 디지털 매체로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를 총괄하는 김윤경 상무는

롯데마트 CMO 김윤경 상무는 올 1월 이 회사에 합류했다. 김 상무의 이력은 독특하다. 현재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지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인공지능으로 석사를 마쳤으며 SK텔레콤에서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 SK텔레콤에서 데이터웨어하우징, CRM, DB 마케팅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데이터 기반 고객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김 상무(왼쪽 사진)가 마케팅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SK텔레콤 재직 시절 해외에서 MBA를 하면서다. 김 상무는 이러한 자신의 경력에 대해 ‘기술을 알면서 고객과 소통하는 양손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존슨앤드존슨에서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맡으며 두번째 경력을 시작했다. 김 상무는 “130여 년 된 글로벌 회사가 디지털 혁신이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여기서 디지털로 커뮤니케이션과 고객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회고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소비재 회사의 경우 TV나 아날로그 매체가 아닌 스마트폰, 온라인 디지털 매체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맺는다.

세번째 경력은 바로 롯데마트다. 유통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옴니채널 마케팅에 가장 잘 맞는 산업이라는 것이 김 상무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다소 이례적인 경력을 쌓게 된 데 대해 김 상무는 ‘호기심이 많아서’라는 한 마디로 설명했다. 김 상무의 호기심은 고객과 미래로 향해 있다고.

“핫한 키워드들에 가슴이 뜁니다. 그 시대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술을 접하면, 구미가 당기듯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저도 소비자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경험하고 싶어지고, 소비자 관점에서 계속 이용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감이 생깁니다.”

디지털 모르면 고객과 ‘불통’
롯데마트에는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가 없지만, CMO인 김 상무가 이커머스 마케팅까지 맡으면서 CDO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DO가 다른 임원들과 충돌할 때가 있는데, 김 상무는 이에 대해 이과생과 문과생에 비유하며 ‘무엇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 상무가 밝힌 설득 노하우다.

“기술을 알기 때문에 CIO가 왜 고민하고 무엇 때문에 주저하는지 이해합니다. CIO에게는 부담이고 위험이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과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시키고, 더 나아가 고객과 더 가까워진다는데 이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김 상무는 기술을 기반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가 기술을 기반으로 재해석하는 사람이 됐다. 여기서 김 상무는 본질을 ‘기술’이 아닌 ‘고객’에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가 디지털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에서 내가 알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접목시켜서 소비자에게 주고 싶은 가치가 바로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라고 생각한다”고 김 상무는 전했다. 김 상무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일치하는 데다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기술력으로 새로운 미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김 상무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이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가 일어나고, 그 다음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으로 확산되며 디지털라이제이션으로 완성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팔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도 디지털 파괴고 혁신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하나의 가치사슬에서 일어나다 접점 채널에서 점점 더 많이 이행되면, 그 과정 자체를 디지털 변혁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자체가 디지털로 변화하는 것을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고 합니다. 점이 연결돼 선이 됩니다. 유통에서 MD, 마케팅, 점 운영, 고객 접점 활동 등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들이 바로 혁신입니다. 이 혁신들 하나하나가 점인데, 이 점들이 이어지면서 디지털 변혁이 일어나는 겁니다.”

김 상무는 롯데마트의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해 “고객이 소화하고 이해하는 눈높이에 맞춰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통회사의 주요 고객층은 40대와 50대다. 이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수준의 디지털 혁신이 바로 고객에 대한 배려라고 김 상무는 강조했다.

더 나은 쇼핑 여정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다. 고객은 매장에 와서 실물 세계를 경험하는 정서를 중시한다. 또 생수처럼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잘 아는 품목들을 반복하는 경우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 있다. 김 상무는 “고객 각자가 원하는 것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더 편안하게 느끼게끔 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온라인몰도 오프라인몰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을 제공해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의 생필품영역에서 패션, 주방, 인테리어, 취미 문화 등의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구매 카테고리를 넓혀갈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롯데마트 온라인몰을 뷰티몰이나 패션몰처럼 예쁘게만 만들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UI와 UX를 제공해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우유를 사건, 온라인몰에서 우유를 사건 느끼는 경험의 편안함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고객들이 어느 정도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몰에서 확장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은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추천 제안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롯데마트는 ‘오프라인은 경험 중심, 온라인과 모바일은 편리함과 전문 상품 제안’이라는 고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대형할인매장은 그 주에 필요한 식품에 관해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매우 중시했다. 롯데마트가 추구하는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란 고객이 고민하지 않고 가장 인기 있는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단에 삼겹살이 저렴하다는 광고가 나갔다면, 이 상품을 콕 집어 주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내 맘에 콕’이라는 이름으로 상품 추천 및 콘텐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MCN(Multi Channel Network)에 스타를 활용해 마케팅하고 있다. 여기서 스타란 블로그, 인터넷방송 등에서 활동하는 홈인테리어, 정리정돈, 반려동물, 캠핑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롯데마트는 이들과 콜라보를 통해 이들이 만든 생활 팁, 가구 조립 등 고객에게 유용하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성하고 관련 상품을 간접광고(PPL)로 제공하여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이 익숙한 매체와 미디어 타입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다. 가령 패션 콘텐츠는 스틸이미지컷으로, 요리 콘텐츠는 동영상으로, 육아 콘텐츠는 상세한 텍스트로, 각각의 주제에 맞게 가장 효과적인 채널과 미디어 형식을 선택하는 게 관건이다.

김 상무는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며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서 고객들이 가장 보기 편한 형태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저당, 저염, 저지방을 추구하는 ‘3Low(Three Low)’ 세션을 유기농 매장 안에 만들었다. 주요 대상은 당뇨, 비만, 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다. 이러한 질환을 앓고 있는 소비자는 매장에서 상품을 고를 때 내용물을 자세히 읽어본다. 하지만 이 ‘3Low’ 세션에 가면 저염, 저당, 저지방 식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게다가 혈관을 통해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기구나 건강 관련 서적도 볼 수 있다. 또 당뇨 환자용 양말도 같이 진열돼 있다.

디지털로 그리는 미래의 쇼핑
김 상무는 “지금까지 디지털을 강조했지만, 디지털이란 수단”이라며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공감하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좀 더 편리한 매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결국 롯데마트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이다. 매장에 왔을 때 고객이 상품을 쉽게 찾고 관련상품을 자연스럽게 탐색하게 하려면 상품 진열, 매장 동선, 인테리어, 재고 관리 등 백엔드 시스템을 최적화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하나의 기술에 집중하는 순간 고객을 잃는다’는 게 김 상무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기술 유행어들이 많았는데 기술이 유행을 타는 순간 고객은 뒷전이 될 수 있다”고 김 상무는 조심스레 경고했다.

롯데마트가 디지털 마케팅을 추진하는 데 참고한 글로벌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상무는 아마존, 제로닷컴 및 와비파커 등 O2O 회사들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아마존에서 상품 추천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프리미엄 서비스가 있는지 등을 주로 벤치마킹한다. 특히 계속해서 생겨나는 O2O 회사들을 모니터링 하는데, 최근에 안경을 배송까지 해주는 와비파커 같은 회사는 ‘온ㆍ오프라인 경계를 넘어서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을 서비스하는 게 이런 거구나’하면서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롯데마트 임직원들이 오라클의 디지털 혁신 워크숍(Digital Disruption Experience, DDE)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기반으로 고객사와 함께 솔루션 회사가 고객의 미래에 대해 함께 상상하면서 고객 시나리오를 만드는 워크숍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나 옴니채널 서비스라던가 모바일 기반의 전문 상품 제안이라는 말들은 관념적이라 잘 와 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워크숍에서 구체적으로 우리 고객이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가 완성됐을 때 어떠한 새로운 경험을 누리게 될지 사례별로 만들어 봤습니다. 덕분에 임직원들 간에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에 대한 합의가 좀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이 워크숍에서 롯데마트는 장년층, 주부, 1인 가구에게 주는 가치를 고객 유형별로 나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김 상무는 “예를 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경험 창출이 장년층에게는 어떤 의미고, 십대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워크숍에서 도출했다.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인 롯데마트를 통해서 40대 주부는 온라인에서 추천 상품을 주문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상품을 픽업하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고객 생활이 편리해지겠구나’를 임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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