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업체들의 대출 자격 심사와 대출 이자율 결정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추적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이미 몇몇 아프리카 국가의 일부 대출업체들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 사용자의 문자 발송 횟수, 충전 횟수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대출 상환 능력과 연결시키고 있다. 사용자는 관련 앱(미 기업이 개발한 앱을 포함)을 다운로드 받고,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실태 추적에 동의한다.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에도 이런 관행이 ‘상륙’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실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신용 위험을 판단하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의 행동 양태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이미 일부 존재한다.
가트너의 아비바 리탄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서 엿볼 수 있는 정보가 많다. 스마트폰 사용 실태는 일종의 ‘페르소나’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출업체에 개인의 신용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은행 거래 등 공개된 재무 상태 기록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특히 유용한 정보들이다”라고 말했다.
리탄은 재무 정보가 희박한 이들이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흔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국민들의 신용도 평가에도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금융 기관과 거래한 시간이 짧아 신용 기록이 부족한 이민자나 학생들과 관련해 스마트폰 사용 실태가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는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 기반을 둔 모델은 국가, 금융 기관 거래 유무, 빈부에 상관 없이 개인의 신용도 평가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리탄은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 바탕을 둔 위험 점수로 더 정확하게 대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우수한 차용자에게는 더 많은 대출을 승인하고, ‘우수하지 못한’ 차용자에게도 대출 거부 사례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패트릭 무어헤드 애널리스트 역시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이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대출을 제공받을 수 있고, 대출 자격에 대한 의사결정이 더 정확해지고, 더 나아가 대출에 수반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어헤드는 “대출 업체와 보험 회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점수 체계’를 이용해 위험 확률을 산정해왔다. 스마트폰 사용 실태는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확률을 평가하는 또 다른 데이터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출 업체들은 전형적인 신용 평가서(Credit report)와 비교했을 때, 대출 신청자의 실제 행동에 대해 더 자세하고 품질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대출 업체와 대출 신청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원리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신용 위험과 연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신용 위험 분석 분야에서는 이미 하나의 ‘과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자주 충전하는 사람의 신용도가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 횟수를 다른 요소와 연결해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해당 휴대폰이 출시된 시기, 사용한 횟수, 사용하는 앱, 앱이 소비하는 배터리의 양 등이 이와 연관되는 요소들이다.
리탄은 “배터리를 자주 충전한다는 이유만으로 신용이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신형 휴대폰을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휴대폰을 자주 충전하는 경우 신용도를 낮출 수 있다. 물론 하나의 변수로만 신용도를 평가할 대출 업체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케냐와 탄자니아의 대출 업체들은 고객 15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요금이 비싼 낮 시간을 피해 전화를 걸고, 보내는 문자보다 받는 문자가 많은(문자 수신보다 송신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용이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휴대폰 배터리를 평균보다 더 빨리 소비하거나, 받는 문자보다 보내는 문자가 많은 고객들은 신용이 좋지 않았다.
또 갬블러와 여행이 빈번한 사람들의 대출 상환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분석가들의 이론에 따르면, 갬블러들은 제때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처벌 받는 상황에 익숙하기 때문에 상황하려는 경향이 높다. 또 자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교통편이나 숙박 예약 시, 먼저 돈을 빌린 후 나중에 갚는 개념에 친숙하다.
실리콘 밸리 브랜치 인터내셔널이 케냐의 차용자를 위해 개발한 앱
브랜치 인터내셔널(Branch International)은 케냐에서 최대 5만 케냐 실링(약 490달러)을 대출 받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 앱을 무료 배포하고 있다. 브랜치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사용자가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5분 이내에 모바일 계좌에 대출금이 입금된다.
브랜치는 “앱에 로그인하면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장치와 SMS 기록, 통화 기록, 연락처 목록 같은 데이터입니다. 우리는 이들 정보를 이용해 귀하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대출 신청 시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브랜치는 은행 당국에 정보를 보고하는 등 사업상 필요한 목적 외에는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 판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가 5만 건을 상회했다. 평균 대출액은 30달러에 불과하며, 이자율은 차용자의 신용도에 따라 6~12%로 차등화 적용된다.
브랜치는 현재 CEO를 맡고 잇는 매트 플래너리가 2015년 초 창업한 실리콘 밸리 소재의 기업이다. 그는 마이크로 금융 대출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인 ‘Kiva.org‘를 공동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브랜치를 비롯한 신생 창업 회사들이 케냐 외의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도 앱을 배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앱을 이용한 대출 시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케냐 국민들은 약 10년 동안 저렴한 휴대폰을 이용해 돈을 송금했었다. 그러나 신용도 평가에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이용하는 것은 케냐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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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시장 참여 회사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 본사를 둔 인벤처 캐피탈(InVenture Capital Corp.) 또한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사용자 1명당 1만 여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이용해 신용 위험을 산정한다.
인벤처는 UNPF(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에서 간부 직원으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시바니 시로야(Shivani Siroya)가 CEO를 맡고 있다.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 등이 투자한 회사다.
이 밖에도 케냐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퀵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다(Saida) 등의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그린슈 캐피탈이 개발한 앱으로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모니터 한다.
스마트폰 사용 실태 외의 모니터링
최근 시장에 진출한 신생 창업회사들은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크 사용 실태를 중시하는 회사들도 있다.
예를 들어, 렌도(Lenddo)라는 회사는 사용자의 승인 아래 데스크톱이나 모바일 장치에서 코드를 실행시키는 방식으로 소셜 사용 실태를 확인하며, 어펌(Affirm), 렌드업(LendUp),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는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도를 판단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온라인 사용 실태, 데이터 브로커의 데이터를 이용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회사들이 소셜 네트워크 활용 정보에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추가 반영함으로써 위험을 판단하고자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리탄에 따르면, 미국의 무선 통신 사업자들은 최소 5년 전부터 사용자의 제품 및 서비스 구매 확률을 판단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모니터 해왔다. 이런 스마트폰 사용 실태 모니터링 및 분석 결과는 통신 사업자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영향자(Influencers)’, 동료들의 제품 및 서비스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신용도 판단에도 이런 종류의 BI를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통신 사업자들이 이런 종류의 분석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개인 정보보호 문제
스마트폰 활용 정보 수집은 보안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움직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개인 정보보호에 관한 법적인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브랜치의 사례에서처럼 사용자가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서 사용 실태 모니터링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출을 받고 싶은 사람 중에는 돈이 급한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대출 업체가 자신들의 통화, 문자, 검색 및 탐색 기록을 모니터링 하도록 허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워싱턴 소재 비영리 단체인 EPIC(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의 마크 로텐버그 대표는 “사람들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개인 정보 수집을 허락한다. 절박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데이터 마이닝 회사들은 고금리 대출 회사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약점을 이용한다. 대출 신청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브랜치는 웹사이트에서 다른 회사나 기관에 사용자의 정보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출 승인 또는 거절 이후 데이터 이용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대출 업체들도 있다. 실제로 리탄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출 업체가 데이터를 판매할 가능성이 있으며, 계약서에도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 대출 업체와 통신 사업자가 수집한 데이터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 또 사용자가 이들 데이터를 삭제할 수도 없다.
제이골드 어소시에이츠(J. Gold Associates)의 잭 골드 애널리스트는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분석하는 것 또한 개인 정보보호가 퇴색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개인 정보 보호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가 일종의 중개자를 거치는 완벽하게 연결된 세상에서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한) 개인 정보 보호가 ‘0’에 가까워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