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와 일해 왔음을 먼저 밝힌다. 우리는 친구라고까진 할 수 없어도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근래 들어 토발즈의 매니지먼트 스타일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정할 부분이 있다. 사실 그는 멍청한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리눅스 커널 개발에 있어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단 하나, 그의 코드가 얼마나 훌륭한가 뿐이다.
그 외의 다른 것들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올해 초 리눅스 컨퍼런스에서 토발즈 자신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난 원래 친절한 사람이 아니며, 당신이 누구인가는 관심이 없다. 그저 테크놀로지와 커널, 그것만이 나의 관심사다”라고 그는 말햇다.
개인적으로 그의 이런 성격에는 불만이 없다. 이런 성격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성과 중심주의적 성격이 강한 리눅스 커널 커뮤니티에는 몸 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리눅스 커뮤니티의 모든 것이 완전히 이상적이며 변화는 허락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일례로 성과 중심주의적 경향은 견딜 수 있지만 여성을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삼는 마초적 문화는 분명 문제다.
때문에 필자는 최근 문제가 된 토발즈의 매니지먼트 스타일(정확히 말하자면 매니지먼트의 인적 측면에 대한 토발즈의 완벽한 무관심)은 그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표준적인 운영 절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리눅스 커뮤니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사건은 리눅스 4.3 출시와 함께 발생했다. 토발즈가 ‘형편 없는’ (순화된 표현이다) 네트워킹 코드를 삽입한 한 개발자를 맹 비난한 것이다. “정말로 형편 없는 코드다.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라는 요점의 이야기를 꽤 길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는 ‘형편 없다’를 훨씬 거칠게 표현한 단어를 사용했음은 물론이고, 거기에 덧붙여 ‘멍청하다’는 단어도 몇 번이나 사용했다.
문제는 그의 말이 전적으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역시 그 코드를 봤고, 분명히 잘 쓴 코드는 아니었다. “overflow_usub()” 펑션을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사용해 보고 싶어서 사용한 것도 분명했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토발즈의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일 뿐이라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사건은 그저 ‘형편 없는’ 결과물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의 에피소드였을 뿐이다.
그의 태도가 프로답지 못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정말 최상급 개발자들과 일해 본 적 있는지 궁금하다. 애플이건, 마이크로소프트이건, 오라클이건, 내가 아는 진짜 프로들은 모두 저런 식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개발자를 박살낸 이야기, 오라클의 시니어 개발자가 신입 프로그래머들을 마치 피라냐 사이를 지나가는 금붕어처럼 공포에 떨게 만든 이야기 등, 내가 들은 것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다.
PC의 등장을 다룬 저서 “우연한 제국(Accidental Empires)”에서 로버트 X. 클링글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리더십 스타일을 가리켜 “빌 게이츠 이하 모든 직급의 책임자들이 바로 밑의 부하 직원에게 면박과 굴욕감을 주는 시스템”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정확히 내가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습과 일치한다.
이들 대기업 리더들과 토발즈의 차이라면, 전자는 회사 내 컨퍼런스 룸에서 화를 내고, 후자는 그저 오픈 된 장소에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화를 낸다는 점뿐이다. 우리 회사였다면 토발즈는 진작에 해고 당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어디에 있었어도 지금처럼 일류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차이점은 그 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같은 사람을 화나게 만들면 해고 당할 것까지 생각해 둬야 하지만, 토발즈는 그저 회사 이메일을 통해 당신에게 화를 낼 뿐이다.
토발즈는 그 누구의 상사도 아니다. 그저 1만 명 가량의 멤버가 참여하는 거대 프로젝트의 책임자일 뿐이며, 그에게 누군가를 채용하거나 해고할 권한도 없다. 거친 언사로 감정을 상하게 할 순 있어도, 그저 그 뿐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든, 사기업 소프트웨어 개발 팀이건 관계 없이 이 분야는 여자가 절대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이다.
인텔 개발자이자 전직 탑 리눅스 프로그래머인 새라 샤프(Sarah Sharp)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10월, 샤프는 자신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왜 자신이 리눅스 커널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되었는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존중 받았지만, 인간적 측면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던 프로젝트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었다… 성차별적, 동성애 혐오적 농담을 슬쩍 던지고도 아무렇지 않은 채 하는 사람들과 더 이상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았다.”
샤프의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유감스럽지만, 다른 모든 소프트웨어 매니저들과 마찬가지로 토발즈 역시 적대적인 업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했다.
물론 토발즈 자신은 리눅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이 프로다운 자세와 상호 존중의 마인드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지 어떤지, 그런 건 자신이 알 바 아니라 할 지도 모르겠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코드뿐이니 말이다.
샤프는 다음과 같이 썼다.
“리눅스 커널 커뮤니티가 보인 테크니컬한 측면에서의 열정과 노력은 정말로 높이 산다. 이들의 노력으로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코딩 스탠다드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가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듯 기술적 완성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작업을 하다 보니 목표 달성을 하는 과정에서 무례하고 잔인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이는 이들도 나타났다. 리눅스 커널 개발자들이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며 소리를 지르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
심지어 리눅스 커널의 시니어 개발자들 중 상당수도 이런 폭언과 야만성을 그대로 눈감아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좋은 사람일 지 몰라도, 리눅스 커널 커뮤니티의 소통 방식에 변화를 시도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샤프의 말이 옳다.
필자는 이런 문제가 비단 리눅스나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테크놀로지 비즈니스에서 5년간, 그리고 테크놀로지 저널리스트로 25년간 활동해 오면서, 나는 이런 식의 유치한, 중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행동들을 수없이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물론 토발즈의 잘못은 아니다. 그는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이지 매니저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그 어디에도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고자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바라건대, 리눅스 재단을 비롯한 관련 단체 및 기업들이 이런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정중하고 예의 바른 행동 양식을 장려할 수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양성에 더욱 힘을 쏟았으면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존하는 기술 또는 비즈니스 리더들로부터는 이런 매니저 자질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그들은 DNA부터가 이런 쪽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 Steven J. Vaughan-Nichols는 CP/M-80 시절부터 IT에 대한 글을 저술해온 전문 기고가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