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의 지정학적 갈등과 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의 여파가 IT 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한 IT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인력을 감축하고 예산을 줄이며 린 운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도 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2024년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 가트너는 지난 10월 2024년 전 세계 IT 지출이 8% 증가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생성형 AI가 IT 예산에 본격적으로 포함될 2025년 이전까지 전략을 세우고 IT 인재 격차를 해소하려는 기업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혁신의 끈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을까? 또 올해를 강타한 생성형 AI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테크서베이 플랫폼을 통해 물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2일까지 2주간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950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유효 응답은 921명이었다. (2024 IT 전망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참조)
‘하반기 반등 vs. 침체 지속’ 엇갈리는 경제 전망
경기 불확실성이 짙은 가운데 응답자들은 2024년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먼저 2024년 상반기의 경우 응답자의 74.2%가 침체를 예상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우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37.7%, 하반기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36.5%였다. 상반기에 비해 침체가 예상된다는 의견까지 더하면 하반기 상승세(46.2%)보다 침체(53.8%)의 가능성이 더 짙긴 했지만, 꽤 많은 응답자가 하반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2024년 하반기를 두고 예측이 엇갈린 이유를 교차분석으로 살펴봤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직급이 높을수록 하반기의 침체 가능성을 더 높게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99명 이하의 소규모 기업에서는 상반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1000명 이상 기업보다 두드러졌다(36.4% 대비 39.5%). 하지만 소규모 기업은 하반기 반등에 대한 기대치(34.4% 대비 36.4%) 또한 높았다.
업종별로도 내년 경기 불확실성의 여파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추세였다. 정부·공공기관/교육 업종과 제조 업종의 경우 상반기 침체 후 하반기까지 하락세 가능성을 다른 업종보다 더 높게(각각 45.3%, 40.7%) 예상하며 2024년 전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반기 반등을 예상한 비율도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독 높은 업종은 유통·운송업/서비스업(40.9%)과 금융/의료·제약(45.7%)이었다. 특히 두 업종은 상반기의 반등 가능성을 매우 낮게 바라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율은 각각 3.0%, 5.7%로 평균(9.8%)의 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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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어지는 문항과의 교차분석 과정에서 다른 흥미로운 결과도 나타났다. 파운드리는 응답자들에게 기업의 AI 성숙도 평가를 요청했다. 자사의 AI 성숙도를 ‘매우 높음’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경우 내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15.4%로 평균보다 5.6%p 높았다. 반면 AI 성숙도에 대해 ‘매우 낮음’을 선택한 응답자는 내년 전망도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침체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본 비율이 평균(37.7%) 대비 약 10%p 높았다(47.2%). 기술친화적 기업이 경제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본다는 가정을 조심스럽게 세웠던 배경이다.
IT 예산 ‘더, 더’ 졸라맨다··· 감소 응답 역대 최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IT 예산에도 영향을 끼쳤을까? IT 예산은 최근 5년과 비교하면 허리띠를 더 힘껏 졸라맬 전망이다. IT 예산을 줄일 예정(‘감소’)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무려 30.7%에 달했다. 2022년 6.58%, 2023년 15.84%와 비교하면 한 해 만에 예산 축소 비율이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예산을 늘릴 예정(3% 이상 총합)인 기업도 27.6%로 지난해 31.2%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 몇 년간의 추세를 살펴보면, 2020년부터 시작된 팬데믹의 여파로 IT 예산 축소 비율이 2022년까지 계속 증가했다. 2019년 3.6%였던 예산 축소 비율은 2021년에 13.61%에 달했다. 그러다 규제가 풀리고 경제가 복구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2022년에는 IT 예산의 감소 비율이 6.58%로 7.03%p 내려갔다. 하지만 경기 침체 분위기가 짙어지자 2023년 전망 조사에서 이 비율은 9.26%p 올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또 한 번 이를 경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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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별로는 1000명 이상 기업에서 작년과 유사한 예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46.7%로 평균(42.8%)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100명 이상 999명 이하 중견기업은 예산이 오른 경우(26.5%)보다 축소(33.9%) 비율이 훨씬 높았다. 99명 이하 소기업은 의견이 뚜렷이 엇갈렸다. 10% 이상 상승했다는 비율도 10%로 평균 대비 2.4%p 높았으며, 10% 이상 축소된 비율도 15.1%로 평균 대비 2.9%p 높았다.
클라우드 대세화 조짐 ‘뚜렷’··· 예산 증가한 기업은 AI-데이터에 투자 의지
2023년 IT 업계를 강타한 신기술은 인공지능/머신러닝이었다. IT가 격변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머신러닝에 2024년 IT 예산을 분배하고 있었을까?
응답을 분석한 결과 반전의 주인공이 있었다. 인공지능/머신러닝에 대한 예산 할당(45.4%)은 예상대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주목할 만한 항목은 2위다. 근소한 차이(0.2%p)로 2위에 오른 기술은 바로 클라우드였다. 클라우드는 IT 직종에 예산 분배가 치우쳐진 인공지능/머신러닝과 다르게 비 IT 업종에서도 높은 수준의 예산을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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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클라우드 전환에 2024년 크게 예산을 할당할 것이라고 답한 업종은 금융/의료·제약이었다. IT 솔루션/서비스 업종도 54.4%로 클라우드 전환에 많은 예산을 분배했지만, 금융/의료·제약 업종에서는 무려 67.1%의 응답자가 클라우드에 2024년 신규 예산을 배치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2000년대 후반부터 줄곧 IT의 화두였던 클라우드 컴퓨팅이, 마침내 규모에 관계없이, 업종을 불문해 보편적 기술 인프라로서 자리를 잡게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까지 IT 업종을 중심으로 도입됐던 클라우드가 2024년에는 마침내 대세화될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2024년 기업의 예산 증감폭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년 예산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기업은 클라우드 전환과 인프라 현대화에 예산을 신규로 할당했다는 응답이 압도적(71.4%)으로 높았다. 공격적인 IT 예산 할당이 클라우드 전환 및 인프라 현대화에 본격 투입되는 셈이다.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의 기업들은 2024년을 긍정적으로 기대할 만하다고 진단할 수 있겠다.
인공지능도 2024년의 주요 화두다. 3% 이상 예산을 늘린 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평균 50.5%)과 빅데이터/애널리틱스(평균 36.9%)에 많은 신규 예산을 분배했다. 클라우드 전환과 인공지능으로 엇갈리는 2024년 기업의 예산은, 동일한 수준으로 예산을 할당했더라도 그 관심사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소 뒤늦게 클라우드 전환을 기업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클라우드 활용을 더욱 고도화하려는 기업도 있을 터다. 실제로 인공지능에 투자해 선발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려는 기업 다수에게 클라우드는 피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한편 생성형 AI가 2025년부터 기업의 예산의 본격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 가트너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게, 설문조사 응답자 중에서도 인공지능에 예산을 할당하는 비율은 비 IT 업종에 비해 IT 업종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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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모별로 살펴봐도 결과는 달랐다. 대기업의 경우 이미 구축돼 있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르게 AI 기술을 수용하려는 경향이 드러났다. 인공지능/머신러닝에 더 많은 예산을 할당했다는 응답 비율이 55.0%로 소규모 기업(40.2%)에 크게 앞선 것이다. 반면 중견기업의 경우 클라우드 전환(49.1%), 사이버보안(24.4%)에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할당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었다.
반면 예산이 10% 이상 축소된 기업의 경우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에 대한 예산 할당도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각각 45.2% 대비 34.8%, 45.4% 대비 36.6%). 예산이 감소할수록 어디에도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의 영역을 유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늘었다. 10% 이상 예산이 축소된 기업은 이 비율이 3분의 1 이상(36.6%)에 달했다. 크게 예산을 삭감한 기업도 클라우드 전환(34.8%)과 인공지능(36.6%)에 투자할 예정이지만, 평균치에 비하면 그 비율은 현저히 낮다.
파운드리는 응답자들에게 2024년 모멘텀을 획득할 기술에 대해 물었다. 이 문항에서도 기업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클라우드 컴퓨팅이 47.3%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종별로 관심을 두는 기술이 조금씩 달랐다. 클라우드 전환에 가장 많은 예산을 할당했다고 답한 금융/의료·제약 업종 종사자는 2024년의 주요 기술로 클라우드 컴퓨팅(57.1%)과 차세대 사이버보안(30%)을 뽑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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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솔루션/서비스 업종 관계자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이 업종의 종사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LCNC)의 가능성을 평균보다 더 높게 봤다(34.2%). 여기에는 생성형 AI 등장 이후 기존 LCNC 솔루션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포됐다고 볼 수 있다. LCNC는 지난해 파운드리의 설문조사에서 메타버스, 양자컴퓨팅에 이어 과장된 토픽 3위를 차지한 바 있지만, 생성형 AI 등장 이후 빠르게 분위기가 전환됐다. 콘스텔레이션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디온 힌치클리프는 “생성형 AI는 고수준의 요청을 소화할 수 있는 기능을 LCNC 플랫폼에 훨씬 쉽게 제공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로우코드와 노코드 플랫폼 분야를 바꿔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IT 직군과 비 IT 직군도 2024년 주목하는 기술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IT 직군 종사자가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LCNC), 차세대 데이터 아키텍처 및 플랫폼, 하이퍼 오토메이션 등을 주요 기술로 뽑은 반면, 비 IT 직군은 클라우드 컴퓨팅 다음으로 지능형 사물(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에 주목했다. 또한 디지털 공간(메타버스 및 증강현실), ESG 전략에도 평균보다 더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들의 자신감 ‘대체로 낮음’
2023년 IT 분야의 시작과 끝은 AI, 그 중에서도 생성형 AI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챗GPT가 폭발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기업들은 생성형 AI라는 존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에 대해 고심했다. 여타 AI 기술과 비교해 현업 직원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열광과 조바심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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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24년 IT 전망 조사에 참여한 IT 전문가들은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 성숙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을까? 응답 결과는 의외인 동시에 납득할 만한 것이었다.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 성숙도가 경쟁사에 비해 ‘매우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1.4%(13명)에 그쳤다. ‘높다’는 응답 또한 10.4%에 불과했다. 90%에 가까운 응답자가 보통 이하의 점수를 매긴 셈이다. 5점 척도 설문 경우 양 극단의 점수를 선택하는 경향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낮음’을 지목한 응답 또한 19.5%에 달했다.
예상대로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 성숙도는 업종 및 기업 규모와 관련성을 보였다. IT 서비스, 통신, 인터넷 서비스 등 IT분야의 대기업에 속한 응답자들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다. 반면 제조, 공공, 금융, 의료 등의 업종에서는 대기업 소속의 응답자들도 대체로 낮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 성숙도를 낮게 평가하는 동향이 선명했다.
전반적으로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에 대한 국내 IT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IT 분야의 대기업에 속한 응답자들 중에서도 높음 이상을 준 비율을 5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 미드 사이즈 및 소기업 군에서는 10곳 중 1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성형 AI를 주도하는 조직 대다수가 해외에 있고 국내 IT 분야를 이끄는 주요 포탈, 통신사, IT 자회사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갓 출시하거나 여전히 준비 단계에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 공식적 활용한 적 있다 ’35.1%’··· 2024년 사용은 83.3%가 검토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는 서비스 공개 5일 만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1년 여가 지난 현재 활성 사용자는 1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2023년 5월 등장한 AI 캐릭터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Character.ai의 경우 월 활성 사용자가 420만 명에 이른다. 이 밖에도 이미지 생성, 동영상 생성 등 수많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사용자를 확보해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파운드리가 IT 전문가들에게 전사, 또는 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나 제품, 기술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다소 의외의 현실이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활용한 적 있다는 응답이 35.1%에 그친 것이다. 응답자 다수가 비업무적 용도로, 또는 섀도 AI(Shadow AI)의 형태로 생성형 AI를 이용하거나 탐색했음을 시사한다.
활용한 적 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을 시도한 부서를 물었다. 중복 응답을 허용한 이 질문에서 생성형 AI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부서는 소프트웨어 개발(11.9%), 비즈니스 운영(11.2%), IT 인프라 운영(10.9%), 마케팅 및 콘텐츠 제작(8.9%) 순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사내 데이터의 누출 우려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또 상대적으로 완성도 높은 퍼블릭 서비스가 존재하는 영역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생성형 AI를 둘러싼 관심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업무에의 활용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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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4년에는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2024년 조직 내 생성형 AI 도입을 새롭게 도입하는 부서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검토 계획 없음’을 지목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 83.3%의 응답자가 2024년 생성형 AI의 업무 활용을 예측한 것이다.
활용 부서에 대한 응답도 크게 증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27.0%에 달했으며, IT 인프라 운영 또한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즈니스 운영은 21.2%를, 마케팅 및 콘텐츠 제작은 19.3%였다. 약 2~3배 사이의 증가를 예측하는 셈이다. R&D 부서에 생성형 AI을 검토한다는 응답 또한 18.6%(올해 도입한 비율은 7.4%)로 적지 않았으며, 고객 지원 역시 4.1%에서 12.4%로 크게 확대됐다.
앞선 기업임을 알리는 가장 선명한 지표 ‘생성형 AI 공식 도입’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문항 간 교차 분석에서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 성숙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희박했던 가운데, 다른 문항과의 응답 일관성도 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경험이 있는 1/3 정도의 조직은 다른 모든 문항에서 무척 일관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내년 IT 예산이 크게 증가한 이들과 대다수 겹쳤으며, 규모가 큰 기업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울러 내년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상반기 반등 후 하반기까지 상승세, 또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 반등)이 뚜렷했다. 조직의 생성형 AI 성숙 수준에 대한 평가도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생성형 AI를 도입한 경험이 있는 조직은 2024년 예산 및 인력을 투자할 기술, 2024년 모멘텀을 확보할 것으로 보는 기술에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인공지능/머신러닝’, ‘사물인터넷’, ‘로봇/드론’, ‘양자컴퓨팅’에 투자하려는 비율이 높았다. 2024년 모멘텀을 확보할 기술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민주화’, ‘차세대 데이터 아키텍처 및 플랫폼’, ‘차세대 셀룰러 네트워크’를 좀더 빈번히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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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험이 없는 조직은 2024년 투자 영역으로 ‘사이버보안’, ‘빅데이터/애널리틱스’를 지목하는 경향이 좀더 두드러졌으며, 2024년 모멘텀을 확보할 기술로 ‘차세대 사이버 보안 위협 대응’, ‘업무의 미래(혼합/원격근무, 협업 플랫폼)’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참고로 투자 영역으로 ‘클라우드 전환, 인프라 현대화’를, 모멘텀을 확보할 기술로 ‘클라우드 컴퓨팅 진화/고도화’를 지목한 비율은 생성형 AI 도입 경험 유무에 따라 크게 엇갈리지 않았다. 클라우드 전환 및 고도화가 2024년 모든 기업의 화두임을 짐작하게 하는 지점이다.
설문 조사에서 포착된 ‘차별화된 기업’들의 존재는 다양하게 확인된다. 또 다른 하나는 2024년 생성형 AI를 도입하려는 부문이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과의 교차 분석 결과다. 생성형 AI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경험이 있는 조직에서 ‘검토 계획 없음’을 지목한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경험이 없는 조직과 비교해 5배에 달하는 격차다. 2024년 기업 사이의 AI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조직의 생성형 AI 경쟁력 고도화 위한 최우선 과제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
생성형 AI를 품은 도구가 거의 날마다 쏟아지는 요즘이다. 챗GPT를 비롯한 퍼블릭 서비스와 더불어 기성 엔터프라이즈 벤더가 자사의 솔루션에 생성형 AI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기업에 따라서는 독자적인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해 전용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
이번 설문에서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 도입/활용 양태’를 물었다. 그 결과 ‘범용 퍼블릭 생성형 AI 서비스/소프트웨어를 잘 활용(챗GPT, MS 코파일럿,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등 활용)’을 선택한 비율이 46.8%로 가장 높았다. ‘기성 생성형 AI 서비스/소프트웨어를 활용(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SAP 등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일부 최적화해 활용)’을 지목한 응답자는 30.5%였다. ’조직 차원의 전용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해 활용(기밀 유지, 전용 기식 기반 활용을 위한 경우)’은 19.9%의 응답을 이끌어내며 가장 낮은 값을 기록했다.
문항간 교차 분석한 결과에서 미묘한 조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24년 마케팅 및 콘텐츠 제작과 R&D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려는 조직은 퍼블릭 생성형 AI 서비스를, 재무나 고객지원, 영업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려는 조직은 기성 엔터프라이즈 벤더의 서비스/솔루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존재했다. 자체 LLM를 구축한다는 응답은 사내 직원 지원에 생성형 AI를 지목하곤 했다. 빠른 도입 효과, 데이터 누출 우려, 전용 서비스 개발 등을 감안할 때 납득할 수 있는 결과다.
이어지는 질문으로 2024년 조직의 생성형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물어봤다. 응답 순서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26.4%), ‘AI 정책 구축’(18.3%), ‘조직 구조 및 인력 재정비’(15.2%),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14.0%), ‘최고 경영진의 지원 확보’(13.4%), ‘레거시 인프라 현대화’(10.2%)였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은 응답자 구성 및 다른 문항과의 일관성을 보였다. 대기업에서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지목한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으며, 제조 업종에서는 최고 경영진의 지원, 조직 구조 및 인력 재정비를 상대적으로 빈번히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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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측면에서 앞선 기업들의 존재는 이 문항에서도 포착된다. 내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응답자군이 ‘최고 경영진의 지원’을 지목한 비율은 5.6%에 그친다. 2024년에 인공지능에 투자할 계획인 기업에 속한 응답자군, 소속 조직의 AI 성숙도를 높게 평가한 응답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기업 차원에서 AI에 대한 준비를 이미 시작한 이들이라고 판단된다.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이미 확보되어 있으며, 조직 구조도 정비한 한편, 레거시 인프라의 현대화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데이터의 확보’라는 구체적인 고민을 품고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픈AI 질주 속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막상막하’
오늘날 생성형 AI 분야는 신기술 태동기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랜 기간 후발주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단숨에 주도권을 확보해가는 가운데, 인공지능 분야의 전통적 강자인 구글 또한 절치부심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AI를 이끌어왔던 IBM의 존재감 또한 빼놓을 수 없으며, 메타와 AWS와 같은 거대 기업은 물론, 엔비디아와 같은 칩 제조사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챗GPT에 이어 엔터프라이즈용 챗GPT 솔루션 군을 강화하고 있는 오픈AI가 자리한다. 최근 CEO 해고 및 복귀 파동으로 파문을 던진 바로 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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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을 통해 소속 조직의 생성형 AI 움직임에 가장 유의미한 영향을 줄 벤더(군)을 지목해달라고 요청했다. 무려 18개의 보기가 나열된 해당 문항에서 오픈AI가 압도적 1위(63.1%)를 기록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33.9%), 구글(32.9%)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AWS(21.5%), 엔비디아(17.6%)가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 중에선 네이버가 14.9%를 차지하며 12.1%의 메타를 넘어섰다. 삼성SDS 및 LGCNS와 같은 주요 SI 기업군이 8.1%, 엔트로픽과 허깅페이스, 스태이빌리티AI와 같은 생성형 AI 전문 플레이어군이 7.8%, SKT와 KT 및 LG유플러스를 언급한 통신사가 7.7%였다.
하지만 이러한 벤더 순위 조사는 인지도에 의해 좌우되기 십상이다. 위의 설문에서 포착된 앞선 기업들의 응답에 주목할 만한 이유다. 2024년 IT 예산을 늘린 기업, 2024년 경제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 생성형 AI를 조직 내 도입한 기업 등 생성형 AI 측면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앞선 조직’의 응답은 사뭇 달랐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대기업에서 38.1%, IT 직종에서 34.9%, 생성형 AI 도입 경험 있는 조직에서 39.6%)에 대한 선택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또 주요 SI 기업군과 생성형 AI 전문 플레이어군, 데이터플랫폼 전문 기업군을 지목하는 경향이 비교적 뚜렷했다.
모든 기업이 클라우드 향하지만 AI에는 속도차
2024년 IT 전망 조사에서 도도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AI에 앞서 놀라움을 안긴 토픽은 클라우드다. IT 업계를 관통한 화두가 AI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클라우드에 주목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한 기업이든, 여전히 레거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이든 2024년 주요 전략 방향으로 클라우드를 선택했다. 물론 앞선 기업은 클라우드 고도화를, 다소 뒤쳐진 기업에서는 클라우드 도입 및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을 터다. 그간 글로벌과 비교해 다소 뒤쳐졌다는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이 2024년 본격 개화기를 맞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다.
AI, 특히 생성형 AI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가운데 앞선 기업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디지털비즈니스로의 전환에 힘입어 비즈니스 성과를 구체화한 이들은 AI와 관련해 조직을 정비했을 뿐 아니라 먼저 실험하고 도입하고 있었다. 나아가 2024년에는 AI의 활용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클라우드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화두가 된 지 어느덧 10년에 이른다. 지난 10년을 먼저 준비한 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다가오는 AI 시대에 기업 간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yuseong.kim@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