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혁이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바꾸려 하는 가운데, C-레벨 경영진에 참여하는 '기술 전문가'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금맥’으로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기술에 정통한 중역들이 부상했다. 이들은 최고 디지털 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 최고 경험 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 최고 마케팅 기술 책임자(Chief Marketing Technology Officer), 최고 분석 책임자(Chief Analytics Officer)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단순한 직함이 아니다. 이런 직함에는 ‘돈’과 ‘권한’이 수반된다. CMO가 운영하는 기술 예산은 지금도 평균적으로 CIO 예산과 비슷하다. 그런데 가트너에 따르면, 몇 년 이내에 CIO 예산보다 많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 기술 서비스 회사인 피나스트라(Finastra)의 CMO 마틴 해링은 “CIO가 IT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든 마케팅 활동의 토대인 데이터와 분석에 대한 수요와 요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IO와 산하 부서의 혁신이 미흡한 것도 이유다. 과거의 IT 및 비즈니스 관계를 고수하는 ‘올드 스쿨’ CIO는 경영진 사이에 ‘2등 시민’이 될 위험이 있다. 운영 측면의 현상 유지와 지원만 책임지고, 비즈니스 성장에 원동력이 될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CIO들에게는 기회가 넘친다. 이에 급격히 진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지형을 헤쳐 나가, C-레벨 경영진으로서의 ‘입지’를 되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문제는 고객이다!”
잉그리드 린드버그는 2007년 시그나 헬쓰(Cigna Health)의 최고 경험 책임자(CXO)로 임명됐다. 그녀는 가장 먼저 이런 직함을 부여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창기와 달리 CXO들이 많다.
최근 로열티 프로그램 솔루션 공급업체인 코비 마케팅(Kobie Marketing)의 대표로 선임된 린드버그는 “당시 링크드인에서 ‘CXO’를 검색하면, 내 이름이 유일했다. 그런데 지금은 CXO가 3만 7,000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디지털 고객 접점 및 이와 관련된 데이터의 수가 폭증했다. 내부 IT 시스템 관리가 자신의 주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CIO들은 고객 경험 강화라는 정보 비즈니스 측면의 ‘요구 사항’을 전달할 수 없다.
린드버그는 “‘고객의 시대’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CIO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CIO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나는 이런 이유로, 특정 조직에 합류한 후 가장 먼저 CIO들이 지속해서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파악한다”고 강조했다.
린드버그는 CIO들은 CMO처럼 고객과 연결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녀는 커리어 동안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인물이다. 예를 들어, CIO 사무실 벽에 고객의 불평불만 사항을 적은 내용을 부착했다. 또 고객 지원 전화를 듣도록 만들고, CIO 부서가 책임진 IT 시스템의 다운타임(가동 중단 시간)이 표시되는 비디오 스크린을 설치했다.
그녀는 “나 같은 경우 소름이 끼치도록 이런 일을 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조금 더 친근한 방법으로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다. 요청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CMO와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CMO 대부분은 정말 많은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고, 이를 기꺼이 공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애물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가트너의 CMO 조사 담당 책임자 겸 VP인 제이크 소로프먼에 따르면, 일부 조직에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고객에 대한 ‘신화(그릇된 믿음)’가 존재한다.
그는 “일정 수준 당연시하는 ‘고객에 대한 지식’이 존재하는 기업들이 많다. 내부의 편견과 일화적인 사례 및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식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허상’에 불과한 지식이다. 지속적으로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통찰력 있는 정보)’를 발굴하는 소스를 개발하는 대신, 자신이 선택한 방식이나 과거의 경험으로 고객을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가장 중요
CIO들이 회사의 고객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은 그동안 수집한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IT 직종에서 30년간 경력을 쌓고, 지금은 기술 인재 리크루팅 회사인 스태프 스마트(Staff Smart)의 CFO/CTO로 일하고 있는 줄리안 힉스는 “24시간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백업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데이터가 ‘왕’이다. IT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이다. 기업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알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위 기술 중역 가운데 데이터에 깊이 몸을 담기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CIO, 심지어는 CMO들은 고객 데이터를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을 주저한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겸 VP인 니젤 펜윅은 이로 인해 CDO가 부상했다고 말한다.
그는 “몇 년 전, 많은 CEO가 최고 디지털 책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찾아 채용하려 한 것을 확인했다. CMO나 CIO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데, 이들을 교체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채용해서 CDO 직함을 준 후, ‘문제를 고쳐!’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새로운’ CDO는 GE와 맥도널드 같은 기존 회사가 극적인 디지털 변화를 달성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세상사에 밝은 CIO라면 자신의 스킬 세트에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추가시켜, 이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32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제조사인 SAS의 CIO 키스 콜린스는 “CDO의 역할이 커진 것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IT 부서가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부가 가치 창출 요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CIO로 가장 먼저 한 일은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및 비즈니스 애널리스트와 함께 1주 동안의 분석 교육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CIO들은 비즈니스 부서 동료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법, 위험 노출을 없애는 방법, 사기 및 부정행위를 파악하는 방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CIO가 데이터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콜린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데이터를 충분히 중시하지 않는 CIO가 많다.
그는 “동료들에게 기초적인 분석, 예측, 모델링에 대한 교육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있는지 묻는다. 예를 들면, 고객 이탈과 관련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질문하는 동료들에게 답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멍하게 쳐다보는 것’으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데이터 분석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IT와 CIO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면, 책임과 권한을 놓고 또 다른 ‘수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력 다툼
가트너의 소로프먼에 따르면, CMO와 CDO, CXO, CIO에게 주어진 권한은 통상 다르지만, 경계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그는 “직함과 역할, 직책이 흐릿하다. 일관성이 없어져 버렸다. 예를 들어, CMO의 책임 범위가 다른 중역들과 겹치거나 흐릿하다. CMO가 CDO 역할을 하는 기업과 기관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중역이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놓고 세력 다툼을 하게 되면 모두 ‘패자’가 된다.
펜윅은 세력 다툼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현명한 기업은 각자의 강점을 토대로 협업 및 협력을 하는 팀을 만든다.
또는 ‘영토’를 아예 없애 버린다. 린드버그는 CXO가 조직 내부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영구 중립국인 스위스’가 된다고 전했다.
그녀는 “나는 ‘유능한 CXO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 좋아한다. 자산이나 채널을 소유(책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의 조율은 전적으로 책임진다. 이렇게 하면 세력 다툼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히타치 디지털 비즈니스(Hitachi Digital Business)의 SVP 겸 CIO 르네 맥카스클은 기술 부문 중역들은 누구의 IT 예산이 더 큰지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서로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업 성장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CIO가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세력을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주변을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들로 채우고, 계속 겸손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CIO가 가장 ‘스마트’한 기술 전문가라면 잘못된 것이다. 필요한 인재의 의견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재빨리 도태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맥카스클은 CIO 사무실의 핵심 ‘역할’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모든 중요한 기술 예산 지출 사안에서 ‘현명한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누가 기술 구매와 관련된 예산을 집행하든, CIO는 이를 합리화해야 하고, 중복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CMO가 항공기에 비치된 잡지기사를 가져와 건네면서 ‘멋지지 않습니까? 이 기술을 도입할 수 없을까요?’라고 묻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글쎄요. 생각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는 듯 생각되네요. 그 부분을 이야기할까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클라우드 컨설팅 회사인 아스타디아(Astadia)의 CIO 스콧 키트린스키는 이런 식으로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CIO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IO들은 자신을 최고 IT 관계 책임자로 여겨야 한다. 그러면 비즈니스 부문 사람들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런 관계를 통해 이들이 CIO는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명령을 내려서는 안 된다. 이들의 필요 사항을 파악하고, 가장 좋은 해결책과 답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No’ 대신 ‘Yes’라고 말하는 CIO
CIO들의 기술 관련 권한이 넘어간 이유 중 하나는 CIO가 ‘노우(No)’라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콜린스에 따르면, 이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장소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도록 만든다.
콜린스는 “CIO들은 잘못된 결정을 중심으로 ‘노우’라고 말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CIO가 부당하게 비난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CIO가 ‘예스’라고 말할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력하는 경우 ‘예스’라고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피나스트라의 해링은 CIO들은 위험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셸프 라이프’가 10년 이상인 금융 서비스 시장은 더 그렇다.
그는 “뼈대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이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교체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은 다운타임이 초래할 위험이 아주 크다. 이런 위험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인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에 ‘좋네요. 중요하니 진행해야죠!’라고 말하는 대신 ‘노우(No)’라고 거절하는 CIO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많은 CIO들에게 고객과 연결하고, 데이터를 깊이 탐구(분석)하고, CXO 및 CMO와 협력하고, 기술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기업의 수익을 증대시킬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포레스터의 펜윅은 “CIO들이 비즈니스에 정통해져, 기술 부서가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런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 경영진이 CIO가 이를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CIO들은 자신의 상사에게 디지털 변혁과 조직이 추구해야 하는 변화가 가져올 영향을 ‘교육’해야 할 수도 있다.
그는 “CEO는 자신에게 맞는 CIO를 부하로 둔다고 강조한다. 기술을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비즈니스 촉진 요소로 판단하는 CEO들은 비즈니스에 더 정통하고, 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증대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는 CIO들을 찾을 것이다”고 전했다.
*Dan Tynan은 CD-ROM 전문지 편집장을 지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