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협업 툴(collaboration suite)를 선택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픈가? 그럴 만하다. 실제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
컨스텔레이션 리서치(Constellation Research)의 부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 앨런 르포프스키는 “시장조사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왔고, 모든 작업 툴에 익숙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업 툴을 택하기란 아직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협업 툴 사용이 확산되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모바일 앱,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가상팀 구성 및 가상 작업공간 이용 등으로 협업 방식과 협업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협업 도구를 찾아내는 작업은 아주 중요하다. 비디오컨퍼런싱 업체 라이프사이즈(Lifesize) 의뢰로 이루어진 스파이스워크(Spicework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IT전문가들 중 70% 가까이가 중요도 측면에 있어 협업을 우선 순위로 꼽고 있었다. 현재 속한 기업의 니즈에 꼭 맞춘 협업 툴을 선택하고 싶다면 꼭 알아둬야 할 몇 가지를 소개한다.
격변하는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
과거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은 로터스 노츠(Lotus Notes, 현재는 IBM 노츠) 등 몇몇에 의해 독점되며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지루한 시장이었다. 르포프스키에 따르면 협업 스위트들의 전신은 이메일 앱이었다. 단일한 기관 내에서 모든 직원이 다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는 이메일 뿐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이 되자, 인스턴트 메시징 및 웹 컨퍼런싱 툴들이 등장해 변화의 바람을 불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IBM이나 (아웃룩/익스체인지로 무장한)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시장 지배 기업들도 이를 반영해 비슷한 기능을 가진 툴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때때로 수 년씩 걸렸으며 기업들 역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을 끌었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소셜텍스트(Socialtext)나 PB위키(PBWiki) 같은 스타트업들의 블로그, 위키 등이 등장하며 이메일 외에도 직원들 간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경로가 생겨났다. 초창기 기업들은 이들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블로그 및 위키 툴은 거의 모든 협업 스위트에 포함되게 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자이브(Jive), 야머(Yammer), 소셜캐스트(SocialCast) 같은 스타트업들은 SNS와 유사한 기업용 협업 툴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것이 약 6~8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IBM,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오라클, SAP 등 주요 기업들도 이러한 추세를 따르기 시작했다.
기업 협업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다. 박스(Box)나 드롭박스(Dropbox)같은 파일 공유 스타트업, 트렐로(Trello), 아사나(Asana), 라이크(Wrike), 워크프론트(Workfront) 등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서비스, 그리고 슬랙(Slack)이나 힙챗(HipChat)처럼 메시징과 비디오 챗, 파일 공유를 통합한 신세대 협업 앱 및 서비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장을 이끌어 온 것이다.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은 계속된다
오늘날 상용 협업 툴 시장은 ‘급변, 다변화, 파편화’라는 특성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포레스터는 지난해 말 발간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간 연계, 문서 협업, 협업 관리, 기업 협업,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팀 메시징 등 다양한 협업 영역을 다루는 기업들에게 이런 경향은 복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툴 사이를 오가는 비효율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업 시장 자체의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는 해당 시장이 2016-2024 기간 13% 수준의 연 평균 성장률(CAGR)을 거두며 2024년에는 85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포트링커(ReportLinker) 역시 이와 비슷한 13.2% 선의 CAGR 전망을 내놓았다.
아라곤 리서치(Aragon Research)의 CEO 짐 런디는 “전환기에 서 있다. 우리의 업무 환경 안에서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는 여전히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도입하는 협업 툴이란 특정 작업만을 위한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한 기업에서 다수의 협업 툴을 운영하는 경우 역시 다반사다. 아직 ‘보편 목적의’ 협업 툴은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파이스워크/라이프사이즈의 설문에서 IT 전문가의 92%는 자사가 복수의 협업 툴을 배치 중이거나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이 운영하는 툴, 플랫폼은 평균 4.4 개에 달했다. 나아가 이것들을 구매하는 공급자 역시 각기 달라 기업들은 평균 3 곳의 공급자로부터 툴을 구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복수 시스템을 다루는 작업은 관리, 보안, 서비스 품질 등 여러 측면에서 추가 과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협업 스위트 vs. 여러 가지 제품의 조합,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IT의사결정자들은 크게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협업 스위트를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검증된 최고의 제품들만을 조합하여 협업 스택을 만들 것인지다.
우선 협업 스위트는 구매가 간편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다양한 기능 및 툴들이 빈틈 없이 통합되어 있어 기업의 니즈에 잘 맞게 편성되어 있다고 테크놀로지 컨설팅 및 커스텀 소프트웨어 및 앱 개발업체 킥드럼(Kickdrum)의 수석 아키텍트 라이언 케네디는 진단했다.
가장 유명한 기업 협업 플랫폼 벤더 및 제품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익스체인지, 오피스 365, 셰어포인트, 비즈니스용 스카이프, IBM의 ‘협업 솔루션’, 시스코의 ‘스파크’및 관련 협업 소프트웨어들, 구글의 G 스위트 및 툴 등이 있다.
한편, 중소규모 기업들에게 최적의 협업 툴은 API와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면서도 넓은 서드파티 툴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툴이라고 케네디는 설명한다. 트렐로나 아틀라시안(Atlassian) 등의 업체들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협업 툴을 활용하는 기업은 IFTTT같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전통적인 협업 스위트보다 훨씬 더 융통성이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If This, Then That”의 약자인 IFTTT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툴을 연결해 툴 간의 자동화 된 상호 작용을 촉발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다. 예를 들어, 트렐로는 특히 구글 드라이브 문서와의 통합이 잘 된다고 케네디는 설명했다. 트렐로에서 문서에 어떤 변경을 가하면 그것이 자동으로 구글 독스에도 업데이트 되는 식이다.
보다 근래에 나온 협업 툴 중에서는 ‘슬랙’이 최강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케네디는 평가했다. 오늘날에는 여기저기 분산되어 일하는 가상의 팀이 점점 더 업무 형태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데, 슬랙은 이런 환경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고, 근본적으로 모바일 위주의 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케네디는 “구시대의 데스크톱 중심의 협업 툴들의 경우 이렇게 모바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머지 않아 슬랙과 같이 모바일 중심으로 운영되는 툴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슬랙은 ‘그리드(Grid)’라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앞세워 기업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의 차임(Chime)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기존 거물들의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 밖에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마존은 이미 ‘슬랙’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많은 서드파티 앱을 통합할 수 있는 세일즈포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경쟁업체라고 런디는 지적했다. 그는 “서드파티 앱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몇 분 내로 별도의 코딩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워크플레이스’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르포프스키에 따르면 워크플레이스는 페이스북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대부분 유저들이 그 사용법을 이미 알고 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 디렉토리나 세일즈포스 등 다른 기업들의 툴과 통합이 쉬워 “완전히 기업 등급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협업 소프트웨어 선택을 위한 정석 가이드라인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도입할 때 늘 그렇듯, 협업 소프트웨어 선택 역시 철저하게 계산된 과정을 밟아야 한다. 선택 시 감안해야 할 원칙은 다음과 같다.
테크놀로지가 아닌 ‘문제’에 집중하라
테크놀로지가 가진 각종 기능에 현혹되기가 참 쉽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테크놀로지로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르포프스키는 말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협업 소프트웨어에서 어떤 기능들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라. 세일즈 팀의 판매를 돕기 위함인가? 아니면 마케팅 캠페인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함인가?”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봄으로써 “진짜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르포프스키는 “누군가 나에게 슬랙을 구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슬랙이 왜 필요하신데요?’다”라고 말했다.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툴을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지 마라
기업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유행한다는 신제품 툴에 현혹되는 것이라고 선가드 어베일러빌리티 서비스(Sungard Availability Services)의 IT 솔루션 아키텍트 제리 에반젤리스타는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에게 잘 맞는 협업 스위트가 중견 또는 대기업에서도 잘 맞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기업의 개별적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솔루션을 선택하는 것은 IT 의사결정자의 책임이다”라고 설명했다.
각자가 편안하게 느끼는 툴을 사용할 자유를 허락하라
슬랙과 같은 클라우드 기반 협업 툴의 트라이얼 버전은 설치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미리 써 보는 사용자들이 많다. 그리고 트라이얼 버전 사용 후 그 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거나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유저들은 다른 팀원들에게까지 그 툴을 사용하라고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팀 멤버들에게는 각자가 원하는 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본인이 편안하게 느껴야 의욕도 생기고, 생산성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협업 툴의 보안 기능을 확인하라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때 으레 그러하듯, 협업 툴 역시 보안 기능, 옵션, 그리고 관리자 컨트롤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런디는 조언했다. 예를 들어 그룹 챗 기능이 엔드-투-엔드 암호화를 지원하는지, 또 멀티팩터 인증 시스템을 지원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를 사용하는 것이 IT 부서 규정상 의무로 지정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 정부 기관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케네디는 또, 소프트웨어에 대한 액세스의 허용과 차단이 쉬워야 한다며 “새로 온 직원이 쉽게 소프트웨어에 액세스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더 이상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 없어 지거나 회사를 떠나는 직원으로부터의 액세스는 간편하게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액티브 디렉토리와 같은 툴과 통합할 경우 보안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TCO를 염두에 두라
라이프사이즈의 CTO 바비 백맨은 “소프트웨어의 총 소유 비용(TCO)에 대한 전체론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 새로운 스위트 혹은 툴 셋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 네트워크가 요구하는 대역폭은 어떠한지, IT나 최종 사용자 차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비용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기타 배치 비용이나 사용자 훈련 비용은 얼마가 소요될 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TCO에 대한 이해는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필수적 활동이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스파이스워크/라이프사이즈 설문에 참여한 IT 의사 결정권자 가운데 56%가 자신들의 회의, 협업 솔루션 이용, 라이선싱에 지출하는 금액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백맨은 “이는 TCO와 관련한 시장의 인식을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상호운용성 및 호환성을 검토하라
선택한 협업 스위트 및 툴이 기업 IT 생태계 내에서 사용중인 기존의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충돌하지는 않을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벡맨은 말했다. 그는 “100% 상호 운용을 보장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솔루션을 함께 운용하려 하는 것은 기업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또 협업 소프트웨어가 직원들이 사용 중인 하드웨어, 특히 모바일 기기 등과도 호환되는지 체크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반드시 필요한 기능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라
실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사용자들에게, 생산성 향상을 위해 어떤 기능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물어보라고 케네디는 조언했다. 특히 다른 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타임 트래킹 같은 유용한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 툴을 선택하면 계약직 근로자들에게 들어가는 실제 노동 비용 및 생산성 등을 측정할 수 있어 편리하므로 이러한 옵션도 고려해 볼 만하다.
또, 협업 툴에 있어 생명과도 같은 공유 캘린더 기능을 반드시 확인하자. “프로젝트 마감일, 데드라인, 휴가 일정, 개발 과정 등을 기록해 두는 캘린더 기능은 협업 툴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의외로 많은 제품들이 이 부분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케네디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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