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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_hachman

윈도우 헬로와 첫 인사할 시점은?

윈도우 10의 새로운 안면 인식 기능 ‘윈도우 헬로’(Windows Hello)를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용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PC를 실행해준다. 그러나 아직 설렐 때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헬로가 패스워드를 대체할 새로운 방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사용자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술 중 하나인 패스포트(Passport)는 웹사이트 로그인에도 헬로를 활용한다.

그러나 헬로를 이용하기 위해선 또 하나의 준비물이 필요하다. 바로 적외선을 이용해 사용자의 화장이나 수염 너머의 맨 얼굴을 인식하는 ‘깊이 인식 카메라(depth camera)’다.

인텔이 처음 제작한 이 카메라는 애널리스트들 및 PC 제조사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논란 중 하나는 그 가격이 사용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저가형 PC(및 저가형 웹캠)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깊이 카메라는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니터 일체형 데스크톱들과의 설치 호환성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기존 윈도우 7, 윈도우 8 노트북들 또한 깊이 카메라 기능을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해도 헬로를 이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테크놀러시스 리서치(TECHnalysis Research)의 밥 오도넬 대표은 깊이 카메라의 기능성이 탁월하지만 그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깊이 카메라는 아마 브랜드들의 최첨단, 최고가형 모델들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 모듈


주목해야 할 이유
아쉬운 얘기로 시작하긴 했지만 주의 깊게 살펴볼 이유 또한 충분하다. 헬로 기능의 제한적 이용성은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쉬워할 일이다. 윈도우 10의 주요한 매력 포인트 하나를 잃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고도 의자에 앉기만 하면 당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PC라니, 많은 이들, 특히 보안을 강조하며 수 개월마다 패스워드를 변경하는 IT 직종의 전문가들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

PC 제조사들도 고민이 깊긴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PC 경험을 재정의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소비자들에게 새로이 하드웨어를 팔 요인이 생긴다는 것에 반가워하고 있다(도시바의 ‘코타나(Cortana) 버튼’이 좋은 사례다). 하지만 역시 가격이 문제다. 인텔이 깊이 카메라에 책정한 가격은 모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패스워드를 대체하는 것의 가치
윈도우 헬로는 사용자를 인식하는데 지문 인식과 깊이 카메라라는 두 가지 기술 가운데 하나를 이용한다. 아,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바로 사용자의 눈 속을 들여다보는 홍채 카메라다. 다만 인식을 위해서는 머리를 박고 카메라에 꼭 달라붙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3 방식 모두 문제가 있다. 깊이 카메라는 비싸고, 지문 인식은 정확도의 문제가 제기되어 온 방식이며, 홍채 카메라는 PC보다는 휴대폰 등에 더 적합한 방식이라 이야기되고 있다.

단점을 떠나 현재 사용자들이 선택 가능한 옵션은 하나뿐이다. MS가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헬로 테크놀로지 연계 기기는 인텔의 리얼센스 3D(RealSense 3D) 깊이 카메라가 유일하다.

윈도우 10 프리뷰에서 윈도우 헬로와 독립형 인텔 깊이 카메라를 연동시킬 수 없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인텔의 대변인은 리얼센스 카메라가 ‘널리’ 이용될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그 설명에 뒤이어 오직 15 종의 PC 모델만이 이 테크놀로지를 지원할 것이라 덧붙였다. (코멘트를 요청 받은 MS의 닉 파커 부사장이 ‘윈도우 10 경험을 구현할’ 기기가 96 종에 달할 것이라 설명했지만, 그의 입에서 헬로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MS는 PC 벤더들과도 헬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윈도우 10은 개강 시즌인 7월 말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 OS 출시에 맞춰 신형 기기들을 내놓으려면, MS와 벤더들 사이의 헬로 적용 여부에 대한 합의 역시 이미 이뤄졌어야 한다.

도시바 미주 지사 PC 비즈니스 부문의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 제프 바니는 “(적외선) 카메라를 지원할만한 생태계는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의 경우 그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인텔의 라이벌 델과 HP 역시 MS로부터 적외선 카메라와 관련한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노보의 경우는 헬로 깊이 카메라 장착 옵션이 제공되는 노트북 모델을 이미 출시한 상태다. 레노버은 해당 옵션에 100달라을 책정했다.

오늘날 윈도우 헬로를 둘러싼 일련의 담론(혹은 소문)은 과거 스마트워치가 소개되던 시기를 연상시킨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 또 다른 기기에 돈을 쓸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런 논란은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기능(수면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기 시작하며 가라앉았다. 반면 헬로는, 아직까지 이런 부가적인 가치를 전달하진 못하고 있다.

디렉션즈 온 마이크로소프트(Directions on Microsoft)의 애널리스트 웨즈 밀러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헬로는 분명 편리한 기술이다. 다만 내가 의문인 것은 소비자들이 거기에 돈을 쓸 지의 여부다. 일단 기업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그 것의 신뢰성/보안성이 확실히 증명되기 전까진 구매에 신중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윈도우 헬로를 실제로 접한 사용자들은 분명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MS 측의 시연 장면을 보면 사용자가 의자에 앉는 것과 동시에 PC가 실행됐다. 헬로는 TV의 리모콘이나 자동차의 자동 키 못지않은 편리함을 우리 삶에 가져다 줄 수 있다.

어떤 도구에건 편리함은 중요한 가치다. 그리고 이번 가을, 인텔은 그들이 구상하는 ‘와이어 프리(wire free)’ 미래의 중심추로 동작할 스카이레이크(Skylake) 프로세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카이레이크는 일단 올해에는 PC를 기반으로 도입이 시작돼 그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며, 동시에 헬로를 확산시킬 새로운 기회로 역할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3년 간 헬로는 지속적인 진화를 이뤄나갈 것이며, 윈도우 10의 핵심 컴포넌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단 이를 위해서는 MS가 PC 업계의 지원을 확실하게 확보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반기 스카이레이크 플랫폼이 발표되면 윈도우 헬로를 지원하는 하드웨어 신제품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