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일럿 단계에 머물렀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올해 들어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실제 프로젝트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분산형 장부(레저) 기술을 골치 아프게 여겼던 부문들까지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삼는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여러 국가의 정부들 역시 그중 한 사례다.
오픈 네트워크를 매개체로 하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는 규제의 ‘회색 지대’이다. 중앙 당국(기관)이 사용자를 추적해 관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산형 원장 기술은 아주 유용할 수 있다. P2P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실시간 국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 같은 중앙기관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미국과 중국, 기타 여러 국가가 암호화폐를 더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토큰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가상화폐가 돈 세탁 등 범죄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만한 투자와 투기, 투자와 투기를 위한 무분별한 악성 대출 문제를 초래하는 사례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마사 버네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대출까지 받아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신용 카드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한다. 이는 신용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암호화폐 크라우드펀딩의 일종인 ICO(Initial Coin Offerings)를 전면 금지한데 이어 전자화폐 거래까지 중단시켰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비트코인 채굴장, 기타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대형 서버 팜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여러 주 정부 기관들이 비트코인 판매를 중지시키는 명령을 발효하는 등 암호화폐 관련사들의 불법 행위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 네브라스카(Nebraska) 주 의원 한 명은 돈세탁 근절법에 암호화폐, 더 나아가 블록체인 응용 기술을 포함시키는 3가지 개정법을 발의했다.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비정상적이고 근거가 없는 시장 활동’을 이유로, 한 회사의 암호화폐 거래를 중지시키는 명령을 개시했다. 또한 보다 광범위한 활동으로, 전국의 SEC 산하 기관들은 정기적으로 트위터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경고하는 트윗을 게시하고 있다.
감시감독 대신 수용을 선택하기 시작한 정부들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협력 단체인 하이퍼레저(Hyperledger)의 브라이언 베렌도프(Brian Behlendorf) 이그제큐티브 디렉터는 “정부들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1,300여 암호화폐 같은 써드파티 암호화폐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포함되지 않는다. 블록체인의 경우 아주 긍정적으로 언급되곤 한다. 많은 국가가 분산형 레저, 즉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 독자적인 국내 디지털 토큰 도입 및 구현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의 토대에 해당한다. 즉 이런 디지털 통화가 없어도 무방한 기술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분산형 원장 기술은 여러 수 많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된다. 부동산 양도 확인 및 승인, 공급망 디지털화, 실시간 국제 화물 운송 추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 개념증명 끝났다··· 현실 속 블록체인 활용처 18선
정부가 후원하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은 국제 무역, 거래, 소유와 관련된 청산에 국제 통화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스마트 콘트랙트와 자체 계약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관리 필요성이 적고, 따라서 수수료와 비용이 낮다.
국가 발행 디지털 토큰이 실현되려면 미국 중앙은행, 영국 중앙은행, MAS(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같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보증, 후원, 지원이 필요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암호화폐를 ‘안정된 코인(Stablecoin)’으로 부른다. 안정된 코인은 국가의 실물 화폐와 직접 연결이 되어 있고, 금 같은 상품의 지원을 받는다.
예를 들면, 원그램(OneGram)은 각 디지털 코인과 금 1그램을 교환할 수 있는 금 본위 암호화폐이다. OGB(OneGram Coin) 거래 때마다 소정의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며, 이를 금에 재투자한다(순 관리비). 백서에 따르면, 이를 통해 원그램을 지원하는 금의 양을 늘리고 있다.
영국 조폐국(UK Royal Mint)은 골드바로 환산할 수 있는 암호화폐 토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조폐국 골드바에 ‘뉴 디지털 골드 스탠다드(New Digital Gold Standard)’라는 이름도 붙였다.
베렌도프는 “많은 중앙은행이 이를 고려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자신이 보증하는 암호화폐에 기반을 둔 채권을 발행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비트코인과 다른 ‘실물(명목)’ 디지털 토큰
비트코인은 모든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분산형 전자 화폐(통화)를 만드는데 목적을 뒀다. 그러나 투기 자산이 되고 말았다. 변동성이 아주 심하다. 최근 몇 달 동안에만 가치가 2만 달러에서 1만 달러로 급락했다.
451 리서치의 칠라 치그리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금융 기관과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크게 하락한 시대에 비트코인이 탄생했다. 중앙 기관의 통제와 중개인을 없애 온라인 거래를 단순화시키는 데 목적을 뒀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열풍이 중앙 정부로 하여금 향후 거래와 금융에서 암호화폐의 역할, 경제에서 역할, 이에 대비되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더 깊이 탐구하도록 만들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많은 정부가 디지털 화폐(통화)를 탐구, 또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FRB(연준) 세인트루이스의 경제학자인 데이빗 안돌파토는 ‘연방 코인: 정부 암호화폐의 순기능(Fedcoin: On the Desirability of a Government Cryptocurrency)’라는 블로그에서 “정부가 보증하고 후원하는 암호화폐가 거래에 있어 더 큰 투명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중앙은행(PBoC)이 새로 설립한 디지털 통화 연구소(Digital Currency Research Institute) 대표 또한 중앙은행이 만든 암호화폐가 중국 실물(명목) 화폐에 안정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PBoC 역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가 암호 전자 지갑에 돈을 보관, 전자 장부에 사용할 수 있다며 이 돈은 지출을 할 경우 상점의 계정(계좌)으로 양도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다음은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암호화폐 시범 프로젝트 사례다.
– PBoC는 암호화폐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있다.
– 일본 중앙은행과 유럽 중앙은행은 협력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싱가포르 통화 당국은 올 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에 대한 프로젝트 유빈(Project Ubin)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BoA(Bank of America), 매릴린치(Merrill Lynch), 시티(Citi),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등 유수 금융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한 인도네시아는 독자적인 암호화폐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암호화폐를 추적하고, 돈세탁 방지 규정이나 KYC(Know Your Customer)’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사설 장부, 승인형 장부를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다. 승인형 블록체인 장부는 중앙에서 거래를 승인 받은 사람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는 일종의 ID를 요구한 후, 나중에 익명 해시로 연결시킬 수 있다.
약 20년 전 만들어진 KYC 규정은 금융 서비스 기관을 돈세탁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불법 이익을 챙긴 후 이를 제3자를 통해 적법한 자산으로 위장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즉 정부와 은행이 이런 식으로 ‘실물’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물 암호화폐에는 KYC나 돈세탁 방지 규정을 준수해야만 화폐를 이동시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치그리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는 “국가 주도의 디지털 화폐 시스템은 비용과 중개인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사람들의 돈과 시간을 절약시켜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중앙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중앙화 시스템의 모든 단점을 물려 받는다는 이야기이다”라고 설명했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