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망 중립성이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필자가 만나본 많은 IT 관리자 및 리더들은 망 중립성의 진정한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잠시 시간을 내 이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지금까지 망 중립성을 신경 쓸 필요 없는 문제로 치부했던 독자 여러분이라도 이 글을 읽은 뒤에는 그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길 바란다.
망 중립성이란 무엇인가?
망 중립성은 인터넷을 통과하는 하나의 패킷을 그저 패킷으로, 순수하게 바라본다는 원칙에서 출발하는 개념이다. 망 중립성 표준을 중시하는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들은 어떠한 트래픽이 비디오 스트림인지, 이메일인지, 셰어포인트 업로드 파일, 혹은 FTP 다운로드 데이터인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는 그저 트래픽 일뿐, 그들간에 위계나 차이를 두지 않는다. 단순히 트래픽을 신경 쓰지 않는 것에서 나아가 망 중립성은 공급자 유형에 관계 없이 인터넷에 접속한 모든 사용자들에게 모든 정보의 접근권이 확보돼야 함을, 그리고 이를 위해 공급자는 트래픽 소스에 따른 접근 혹은 서비스 품질의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원칙 역시 내세운다.
망 중립성의 개념은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을 통한 서비스 전달 비중이 여타 네트워크 및 전송 시스템들을 압도해감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콘텐츠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네트워크 공급자들 간의 기존 상호연결 역량은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고, 많은 공급자들은 이러한 폭주를 야기하는 소수의 소스들을 위해 비용을 들여 그들의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은 재앙의 징조다
컴캐스트(Comcast)와 타임 워너 케이블(Time Warner Cable) 간의 합병 소식은 망 중립성 개발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행보로 우려를 낳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소비자가 뽑은 미국 최악의 기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 곳들이고, 타임 워너 케이블은 자신들과 관련한 두 건의 반독점 법안으로 주택 매입 및 모기지 적용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두 안건 모두 개정이 이뤄졌다).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이 두 거대 기업의 결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위협을 안겨줄 것이다. 물론, 지역 정부의 인가 아래 누려온 독점적 권한의 덕택으로 두 기업의 케이블 설비가 전혀 중첩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 아니더라도, 필자는 그들이 정부 조사를 통과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논의에 앞서 배경을 살펴보자. 컴캐스트는 2009년 복잡한 인수 계획을 통해 NBC 유니버셜(2004년 창립)을 인수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ISP 비즈니스로 수 백만의 광대역 접속 고객을 지원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다.
유니버셜 브랜드의 모든 영화 판권을 소유하고 NBC라는 거대 방송 네트워크를 장악한 NBC 유니버셜에게 시민들의 정보 및 오락 향유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확보할 마지막 관문은 가정용 인터넷이다.
고객들의 선택 기회를 박탈하더라도 그 무엇보다 NBC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전달하는 컴캐스트의 모습을 단순한 공상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사실 이는 이미 컴캐스트가 행하고 있는 활동이다. 이들은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업체들과 그들의 서비스를 자사 고객들에게 보다 유연하고 높은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컴캐스트의 고객들은 스트리밍되는 넷플릭스 비디오가 품질이 낮고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월 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에서도 넷플릭스의 프라임타임 퍼포먼스(primetime performance)는 지난 3개월 사이 2mbps에서 1.5mbps 수준으로 하락했음이 확인됐다. 서비스가 인기를 끌며 사용자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캐스트는 고객들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서비스 공급의 책임자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는 대신 발표를 통해 넷플릭스가 컴캐스트 고객들에게 그들의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넷플릭스는 여기에 동의했고, 폭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컴캐스트와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해스팅스(Reed Hastings)는 최근 자신들은 사용자들에게 보다 빠르게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이 조정에 동의했다고 설명하며 “처음에 비해 거래 조건이 나아졌다. 우리는 그들(컴캐스트)과의 협상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상황이 불합리하고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파악된다. ISP로써 컴캐스트의 역할은 고객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매달 비용을 징수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병목현상 해결을 위해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통로의 한 극에 위치할 뿐인 콘텐츠 업체에게 협상을 제의한다는 것은, 탐욕스런 착취 그 이상이라 보기 어렵다.
컴캐스트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고객들에게도,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과해 사용자와 마주하는 업체들에게도, 돈을 받길 원하는 것이다. 해스팅스는 “그들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참여자가 자신들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라디오를 망친 리베이트, 인터넷도 망가뜨릴 것인가?
이러한 행보들은 인터넷의 긍정적인 발달 단계인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좀더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ISP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거대한 부자 업체들에 맞서 소규모 생산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아니 과연 미래라는 것이 있을까)? 오늘날과 같이 인터넷을 풍부한 소통의 장으로 만든 것은 혁신적인 신생업체들이다. 그런데 ISP가 마련한 ‘추월 차선’에 오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들이 도태돼 버린다면?
사소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커뮤니케이션 단체, 엔터테인먼트 기업, 혹은 서비스 공급자로써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라면, 특히나 이런 현상의 위험을 이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컴캐스트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당신의 사이트, 혹은 서비스에 접근하는 고객들을 인질로 하여 당신에게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연락을 취해온다 상상해보라.
그리고 당신이 이 요구에 응하지 않아 당신의 회사가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을 충분히 지원할 수준의 대역폭을 할당 받지 못한다면? 나아가 컴캐스트가 당신에게 맞서, 고객들이 어떤 방법으로도 당신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도록 힘을 행사한다면?
독점은 힘이다. 물론 컴캐스트가 이런 허튼 짓을 한다면 규제 당국의 제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굼뜬 거북이다. 그리고 소송에는 시간과 돈, 그 밖의 수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신생벤처에겐 속도와 활력이 생명이다. 컴캐스트나 타임 워너 케이블, AT&T 등의 거인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또 당신을 무너뜨릴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의 행동은 불법적인 것이고 그 잘못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그 언젠가란 당신의 회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뒤겠지만.
고객들에겐 특정 ISP가 이런 사악한 행동을 할 경우 그들을 거부하고 다른 공급자를 찾아 나설 힘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위의 가설을 반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타 경쟁적 시장과 달리, 인터넷 소비자들은 가정용 광대역 연결과 관련해 오직 하나의 선택권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무선 광대역 솔루션으로 눈을 돌린다 하더라도 가정에서의 일상적인 사용을 충분히 지원하는 데에는 데이터 캡(data cap) 등의 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망 중립성 담론에 참여하자
이제는 사회 전체가 망 중립성을 논의해봐야 할 때다.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들의 가정으로 인터넷 파이프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그 망을 지나는 트래픽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 지의 여부다.
문제를 고민해보고, 국회의원에게, 연방 커뮤니케이션 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해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망 중립성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업체에 지지를 보내주자. 그렇지 않는다면 시장은 고객과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경쟁 요인을 위한 ISP에게의 로비가 판을 치는 공간이 될 것이다.
*Jonathan Hassell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외곽에서 컨설팅기업인 82벤처스(82 Ventures)를 운영하고 있으며 애프레스미디어LCC의 기자도 겸하고 있다. dl-ciokorea@foundryco.com